#1. 모든 트레이딩 카드 게임의 아버지가 탄생하다.
1990년, 한 남자가 위저드 오브 더 코스트 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 남자의 이름은 리처드 가필드. 대학원 때부터 틈틈히 개발한 '로보랠리(RoboRally)'라는 보드게임을 세상에 내놓고 싶어하던 수학자입니다.
급성장한 비디오 게임 시장에 밀려 보드게임은 이미 한 물 간 퇴물 취급을 당하고 있었고, 이 게임은 찾아다닌 수 많은 회사에서 거절당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위저드 오브 더 코스트 사의 CEO였던 피터 애드키슨은 이 게임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회사의 재정상태로는 '로보랠리'를 발매하는 것은 어려웠죠. 평소 보드 게임의 한계에 대해 생각해오던 피터 애드키슨은 가필드에게 '휴대가 가능하고, 휴식시간에 잠시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으로 단가를 낮춰서 개량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리처드 가필드
리처드 가필드의 노력으로 1993년 8월5일, 위저드 오브 더 코스트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카드 게임을 발매합니다. 총 295종의 카드로 이루어진 첫 기본판(Alpha)은 연말까지 260만장 판매를 목표하고 있었죠.
그리고 이 게임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발매 6주 만에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했고, 서둘러서 찍어낸 두 번째 기본판(Beta) 730만장을 포함한 천만장이 바로 절판, 12월1일 발매된 세 번째 기본판(Unlimited)이 4천만장까지 찍히면서 TCG(트레이딩 카드 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세상에 알립니다.
현재 15개의 기본판과, 58개의 확장팩, 44개의 비정규 상품과 소설, PC게임, 콘솔게임, 온라인게임이 발매되었고, 94년 멘사 셀렉트 어워드(Mensa Select Award)를 시작으로 12종 이상의 상을 수상했으며, '최초의 현대적 TCG','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는 TCG' 등 7개 부문이 기네스에 등재되고, 전 세계 1200만명의
(집계가능한) 플레이어를 보유, 매년 4만 5천불이 걸린 세계대회와 크고 작은 대회가 수시로 열리고 있는
이 게임의 이름은 모든 TCG의 시작이자 아버지, 매직: 더 개더링(Magic: The Gathering)입니다.
#2. 수집, 조합, 트레이드
매직 더 개더링(이하 '매직')은 어떤 게임일까요?
매직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덱이라고 불리우는 60장의 카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반드시 필요한 이 도구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쥐어주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직접 만들어야합니다.
귀찮게 하는 게 괘씸하지 않냐구요? 천만에요.
각 시리즈에는 고유한 능력을 지닌 수 백 종의 카드가 존재합니다.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성능을 발휘하며, 자신만의 전략을 사용할 수 있죠. 카드를 모아서 하나뿐인 자신만의 덱을 만든다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적인 부분이며, 게임 플레이보다도 더 재미를 가져다주는 첫 번째 요소이죠.
또한 카드마다 설정돼있는 희귀도라는 개념은 소유한 카드에 가치를 부여해줍니다. 무작위로 사게 되는 카드는 희귀할 수록 잘 안나오고 생산되는 양도 적으며 강력하죠. 때문에 게임에서도, 실제로도 가치가 높아지니 이게 바로 수집의 묘미입니다.
매직은 각 시리즈마다 고유의 스토리가 있어서 각각의 카드에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거기에 잘 관리된 일러스트와 카드의 질은 빠져들만한 매력적인 카드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만으로는 단순한 수집 대상일 뿐이지 게임이 아닙니다.
매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전이지요.
#3. 대전
자신만의 덱이 완성됐다면, 이제 상대와 한 판 붙을 차례입니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간의 1:1 대결을 기본형으로 디자인되었거든요.
매직에서는 여러가지 매력적인 도구를 쓸 수 있습니다.
소환한 생물은 충실한 종이 되어 전투를 벌여줄 것입니다.
마법물체는 신기한 능력을 발휘하여 적을 조롱할 것이고,
부여마법은 자신의 소유물은 강화시키고 적은 약화시킬 겁니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갑자기 인스턴트 주문이 발동되어 전황을 뒤집을 것이고,
소서리 주문은 그 강력한 한방으로 결정타를 날리겠죠.
이 도구들을 어떤 카드로 어떤 비율로 조합했느냐가 자신의 게임 스타일을 만들어내죠.
매직은 단순히 얼마나 좋은 카드로 덱을 짰느냐가 전부인 게임이 아닙니다.
단순하지만 탄탄한 룰은 좋은 카드와의 차이를 실력으로 커버하여 이기는 상황을 자주 연출해주니까요.
한 장 한장 모은 카드, 치밀한 전략으로 짜인 덱, 자신의 실력, 적과의 상성과 수 싸움... 그리고 카드를 뽑는 운.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승패를 가릅니다. 그 긴장감과 역동감은 직접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죠.
그리고 대전이 끝났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오늘의 전투는 내일의 밑걸음.
오늘의 대전을 돌이키고 자신의 덱을 튜닝해가는 것이야말로 매직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까요?
그럼 매직의 세계로 들어가보죠!
#4. 다중차원의 세계 도미니아
매직의 세계는 해변의 모래알처럼 많은 차원(Plane)으로 이루어져있고, 이 모든 차원을 합친 다차원(Multiverse) 세계의 이름은 도미니아(Dominia)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차원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고서 살아가지만 드물게 세계의 구성에 대해서 깨닫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놀라운 능력을 얻고서, 다차원 우주를 인식하고 그 차원들(Planes)을 오가는(Walk)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신에 가까운 마법사들은 플레인즈워커(Planeswalker)라고 불리고, 어떤 이는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며 야망을 품고, 어떤 이는 은둔하며 연구에 몰두하고, 어떤 이는 다른 플레인즈워커와 싸우며 전쟁을 하면서 세상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습니다.
매직은 플레인즈워커와 다차원우주의 이야기입니다. 이 세계에는 검과 마법, 용과 괴물, 천사와 악마가 있습니다. 또한 방대한 역사가 있으며 등장하는 카드 한 장 한 장이 이야기의 등장인물이거나, 사건입니다.
게임을 하는 당신 또한 한 명의 플레인즈워커로써 도미니아를 무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자신만이 갖고 있는 강력한 마법과 크리쳐와 함께 이야기 속을 누비며, 역사상의 플레인즈워커를 때로는 믿음직한 동료로써, 때로는 강력한 적으로써 맞이하면서, 이야기의 중심 차원인 도미나리아(Dominaria)와 다른 수 많은 차원들을 탐험하게 될 것입니다.
#5. 5종류의 마나
도미니아의 대지는 다섯 종류로 나눌 수 있으며, 각 대지는 고유의 에너지인 마나(mana)를 생산합니다. 들은 백색 마나를, 숲은 녹색 마나를, 산은 적색 마나를, 늪은 흑색 마나를, 섬은 청색 마나를 생산해내죠.
5종류의 마나는 각각의 독특한 특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백색은 빛과 질서를, 녹색은 자연과 성장을, 적색은 불과 분노를, 흑색은 죽음과 질병을, 청색은 물과 간계의 성질을 지니고 있죠. 그리고 이 마나를 사용하여 구현되는 마법 또한 각각의 색에 해당하는 고유의 특성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플레인즈워커가 사용하는 모든 힘은 마나를 원천으로 하는 마법입니다. 수하 생물을 조종하는 것도 마나를 이용한 소환이니까요. 게임에서도 또한, 대지를 제외한 모든 카드는 마나를 이용한 마법입니다. 모든 플레인즈워커는 자신에게 맞는 색의 마나의 달인이듯, 당신도 게임에서 자신만의 색을 갖게 될 것입니다. 자신이 어떤 색의 마법사가 될지 기대되시지 않나요?
#6. 카드를 보는 법
#7. 마치며...
이 연재는 매직을 모를 뿐 아니라 앞으로 별로 할 생각이 없는 분들이, 그냥 심심풀이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도에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얼마나 소개해야할지는 늘 고민이 됩니다.
이번에도 한 번에 너무 많은 내용을 쓴 게 아닌가 싶으면서도, 기본 소개를 한 번에 끝내고 싶은 욕심이 들어서 길어지게 되었네요. 사실 두 파트로 나눌 내용을 합쳐둔거라 둘 다 부실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재미로라도 매직을 읽으려면 룰을 최소한은 알아야하는데 그 부분이 앞으로 관건일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룰이나 세세한 부분은 배재한채로 계속 써나가려고 합니다. 제일 좋은건 룰을 아예 모르고도 읽을 수 있는 것일 것 같네요. 읽을만한 글이 되게 노력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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