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나이더 바이세 탭3 알코홀프라이 바이스비어
SCHNEIDER WEISSE TAP 3 Alkoholfrei WEISSBIER
도수 : 1% 미만
제조국 : 독일
재료 : 정제수, 밀맥아, 보리맥아, 홉, 효모, 이산화탄소
슈나이더에서 나온 무알코올 맥주를 사 봤다. 사실 생전 처음 마셔보는 무알코올(저알코올) 술.

색은 불투명한 어두운 황금색.
처음 향을 맡으면 맥주 거품의 씁쓸함과 맥아의 달콤함이 가장 크다.
첫 모금에서 맥아의 단맛이 무겁고 진하게 온다. 굳이 말하면 매력적이다. 삼키고 나면 뒤에 산미가 꽤 강하게 치고 온다.
첫 맛이 캐러멜을 떠올릴 정도로(혹은 진한 맥아나 물엿 같은 느낌의) 무겁고 진득한 달콤한 맥아의 향이다. 아마도 뒷맛의 산미가 진한 인상을 처음에 준 건 이 단맛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인 것 같다. 두 모금째부터는 강도에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하게 되는 수준.
확실히 '맥주를 먹는' 기분은 난다. 하지만 '술을 먹는'단 기분은 안 든다. 역시 결정적인 차이는 알코올이 가지는 휘발성과 향이다.
알코올은 향기를 굉장히 잘 담을 수 있는 물질로, 현대의 향수의 경우 성분을 보면 알코올이 90%가 넘는다. 중국 바이주를 마셔보면 같은 라인의 술도 50도대의 술에 비해서 40도대의 술은 풍미가 확 줄어든다. 과거에 유럽에서 알코올 도수를 낮추려고 강제할 때도 생산업자들이 40도 라인은 사수했다는 건 꽤 유명한 얘기다.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으로 줄어드니 향도 풍부하지 않고, 확 피어오르는 그 느낌이 없다. 더불어서 알코올 자체의 맛도 없어졌다.
술에서 흔히 알코올의 맛과 향은 '무미 무취'로 묘사하곤 하지만, 우리 모두 알코올 자체가 향이 있다는 걸 과학 실험을 해 본 경험에서 알고 있다. 알코올은 '알코올 냄새'와 쓴맛과 단맛을 갖고 있는데, 이게 사라지니 생각보다 술맛이 밋밋해진다.
아무튼 맥주를 마시는 느낌은 나지만, 술이 주는 풍부함과 복잡함은 없다. 맥주의 향이 없는 건 아닌데 가벼운 풍미가 없다. 굳이 말하면 한없이 맥주에 가까운 탄산음료란 느낌?
그래도 술을 마시지 못하는 상황이라거나, 그때그때 필요할 때 마시기엔 좋은 술인 것 같다. 참고로 우리가 평소에 먹는 과일에도 천연의 알코올이 들어 있고, 술을 넣은 음식은 요리를 마쳐도 소량의 알코올을 여전히 품고 있다. 1% 미만의 맥주를 한두잔 마시는 건 그런 '일상적인' 범위 안에 들어올 거라 생각된다.
가장 큰 단점은 한 병을 다 마시니 맥아의 무거운 맛(한국 사람은 느끼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과 탄산으로 인한 팽창감 때문에 상당히 배가 부르고 살짝 물리는 느낌도 난다. 이건 꽤 신기하다. 술이 아니란 것만으로 이 느낌이 이런 식으로 싫어질 수 있다니^^;
결론적으로 자주 마시고 싶은 맛은 아니다. 굳이 먹을 거면 진짜 술이 더 맛있다. 하지만 살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술을 마시면 안 되거나, 술을 먹고 싶진 않을 경우에는 꽤 좋은 대안이다. 음료의 종류가 많을 수록 삶이 다채로워지니까:)
생각날 때 부담없이 꺼내먹는 용도로 냉장고에 하나씩은 보관해두지 않을까 싶다.
덧. 써 놓고 보니 첫 무알코올 맥주라서 알코올이 없다는 것에 너무 치중했는데, 다음에 한번 더 마신 후에 약간 더 맛 부분을 보충해 두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