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런저런 애니메이션을 봐 왔지만,
이상하게도 가장 재미있게 봤던 추억의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요술소녀가 떠오릅니다.
다들 기억하시나요?
1994년 MBC에서 방영했던 이 애니메이션은 제가 매 회 챙겨서 녹화까지 할 정도로 재미있게 봤던 만화입니다. 피구왕 통키를 빼먹더라도 이건 꼭 봤죠. 지금 생각해보면 최초로 본 순정만화였던 것 같네요. 당시엔 맨날 소년 만화만 보다가 순정 만화를 보니 그림이 많이 달라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죠.
요술소녀 오프닝(한글)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지만 초능력으로 이어진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로, 초능력이라고 하지만 실상 텔레파시로 대화를 하고 둘이 손가락을 걸면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것 말고는 (둘의 의지로 제어가능한) 다른 초능력은 없습니다.
총 51화. 평범하게 사랑에 빠진 두 소녀가 초능력 때문에 휘말리는 사건들을 코믹한 분위기로 풀어나가는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저는 이 만화를 1화와 마지막화만 빼고는 다 봤는데, 기대하고 기대하던 마지막화 방영 날 무슨 이유였는지 외출을 하게 되어서 피눈물을 흘리고서 대학교 2학년때까지, 아니 실상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평생 원한을 품게 되었죠. 갑작스러운 외출이라 예약녹화도 못했거든요. 사실 이것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걸지도 모르겠군요.
고등학교 때인가엔 만화책방에서 우연히 코믹스 판을 찾게 됩니다. 아키모토 나미씨의 동명의 제목의 만화였는데, 원래는 만화책이 원작이었던 것이죠. 찾아내자마자 마지막 권을 빌려서 정독했지만, 마지막 화 직전의 큰 흐름은 기억이 나는데 세세한 디테일이 기억이 안나서 뭔가 '그냥 이렇게 되었군'정도의 느낌만 받은채 좌절하게 됩니다. 스토리를 클라이맥스 직전에 끊어먹고 5, 6년쯤 후에 보았으니 당연한 결과죠.
후에 인터넷이 보급되고나서 애니메이션판을 찾아보지만, 한글판이 더 익숙하달까 추억 그 자체이기 때문에 '왜 일본어야!!'라고 거품을 물다가 참고 그냥 봅니다.ㅠ_ㅠ
..그러고보니 전 고등학교 때까지 화학부에 묘한 환상을 갖고 있었는데, 이 만화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두 자매 중 한 명이 매일 화학실험하다가 폭발시키는 게 일상)
지금 생각해봐도 쌍둥이와 초능력이란 소재를 이렇게 소박하고도 맛깔나게 사용한 이야기는 이 만화 외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젠 정말 가슴 설래던 아련한 추억이네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답니다. 두 소녀가 손가락을 거는 그 장면이 아직도 마음 속에 생생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