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지붕 위를 뛰어다니며 포니테일을 휘날리던 도둑 소녀.
훔칠 물건 앞으로 찾아드는 예고장과 이를 잡기위한 형사지망 소년.
아마도 80년대에 태어나신 분들은 대부분 이 만화를 기억하실 겁니다.
한글판 오프닝
천사소녀 네티는 타치가와 메구미씨의 원작 만화를 애니메이션화 한 것으로, 국내에선 애니메이션이 원작보다 성공한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애니메이션은 원작의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면서도 추가 에피소드가 대폭 늘어나고 각종 설정까지 많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나중에 만화책을 본 사람들은 조금 당황하게 되었죠.
다른 여러 만화나 게임의 소재로 쓰이면서 이 바닥에선 이미 흔해진 '괴도(怪盜)'였지만 '마술사'와 '마법소녀'라는 소재를 더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성공했었죠. '도둑의 예고장과 추적하는 형사'라는 전형적 설정을 유지하면서도 '하지만 그 형사를 좋아하는 도둑'이라는 이야기를 훌륭히 그려내서 남녀불문하고 학생들의 마음에 불을 지릅니다.
국내에선 96년에 KBS에서 방영을 했었죠. 떠돌아다니는 출처불명의 정보에서는 최고 시청률 24%를 기록했다고 하며, 실재로 높은 시청률과 호응 때문에 그 후에도 케이블TV와 인터넷 등지에서 꾸준히 방영됐습니다. 그 때를 회상해보면 순정만화다보니까 남자애들은 대놓고 재밌다고 말하지는 못하고 다녔는데, 좀 얘기하다보면 너도 나도 다 보고 있었던 웃지못할 상황이...
수 많은 10대 소년소녀의 연심을 울린 스토리도 좋았지만, 이 만화를 더 기억에 남게 해주었던 것은 높은 퀄리티의 OST였던 것 같습니다. 이미 뛰어난 음악으로 명성을 떨치던'마법기사 레이어스'에 전혀 뒤지지 않는 오케스트라 합주가 매 화마다 와 닿았죠. 그 땐 일본 문화상품 수입이 법으로 금지되어있어서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고가였지만, 많은 학생팬들이 OST를 구해서 신주단지처럼 모셔두었던 기억이 납니다.(근데 안타깝게도 이 시리즈의 OST는 BGM은 좋지만 보컬송은 그냥 그렇습니다.)
당시는 비디오가 아직 대세였고 인터넷도 보급 안 됐던 시대여서, 천사소녀 네티의 애니메이션판을 소장하기는 참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2003년에 일본에서 DVD로 출시가 되었는데, 저는 당시 총알부족으로 눈물만 머금었죠.ㅠ_ㅠ 총 43화 볼륨이니 가격이 제법 되었거든요. 정말 갖고 싶은 건 한글 더빙판이지만...,지금도 언젠가 여건이 되면 일본에 가서 DVD 세트를 구해오겠다고 생각만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