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90년대 초중반에 유명했던 만화인 '붉은귀신 젠키(원제:귀신동자 ZENKI)'입니다.
오랜 옛날 강력한 주술사였던 오즈누의 후손인 히로인 치아키가 오랜 시간 봉인되어있던 귀신인 젠키를 깨워서 세계(일본)를 위협하는 마물들과 싸운다는 줄거리로 전형적인 소년만화입니다만.
요즘의 소년만화와는 달리 연애요소 따위(?)는 섞여있지 않고, 약간의 잔인함과 약간(?)의 서비스 컷, 보통의 스토리, 그리고 나머지는 요즘이라면 만화 주인공도 외치지 않을 것 같은 기술 이름을 외치며 펼쳐지는 화려한 전투로 구성되어 있는 소년만화의 정도(正道). 바쿠만식 표현으로 이야기하자면, 그야말로 왕도배틀만화라고 할 수 있지요.
90년대 초에 읽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만화로 당시에 정말 재미있게 보았고, 커서는 일본에 가서 책을 전부 구입했습니다. 그럴만도 한 게 제가 처음 봤던 것은 어디서 냈는지도 모르겠는 해적판이었는데, 해적판조차도 거의 찾기가 힘들었던 데다가 그 이후 오랫동안 보지 못해서 그냥 현지 구입을 하였죠. 2000년 정도에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된듯도 한데 92년도 만화를 2000년에 내주면 어쩌자는건지(...)
후후 10년이 지나서 콜렉션에 추가했지요 ㅠ_ㅠ
여담인데 해적판은 서비스 컷이나 잔인한 컷에 전부 먹칠이 되어있었기에
이걸 다시 봤을 때의 그 괴리감이란 참...
'먹칠이 되어 있어야 할 곳이 안 되어 있어서 이상해!'-_-
작품 상 등장하는 젠키나 오즈누는 사실 일본의 전설에 실제로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일본의 유명한 음양사하면 아베노 세이메이가 유명하지만, 오즈누도 그 이전의 유명했던 인물이지요.
오즈누와 전귀(前鬼), 후귀(後鬼)
* 해당 이미지에 문제가 있으면 삭제합니다.
엔노 오즈누(役 小角)는 서기 600년대 중후반(아스카~나라시대)의 주술사로 일본의 역사서인 속일본기(続日本紀)에서도 그 이름이 거론되는 실존 인물입니다. 전설에서는 귀신을 식신으로 부렸다고 하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전귀(前鬼=젠키)와 후귀(後鬼=고키)이지요.
오즈누는 지금도 전해지는 종교인 슈겐도(修験道 - 불교와 일본 토속신앙이 합쳐져서 나온 종교입니다)의 창시자이기도 한데, 불교의 영향을 받은 만큼 작 중에서도 금강(金鋼=바쥬라)과 같은 불교에 관련된 용어가 자주 쓰입니다. 단지 이 정도의 설정까지가 가져온 거고 그 이후는 그냥 만화 오리지널이네요.
작 중의 전귀(젠키)와 후귀(고키).
원래는 부부 귀신이지만 여기선(...)
'귀신동자'라는 제목이 붙은 것은 제멋대로 날뛰려고 하는 젠키를 평소에는 주술로 동자 형태로 봉인해두기 때문으로, 동자 모습으로 날뛰다가 치아키에게 얻어맞는 것을 보는 젠키를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 중의 하나입니다.
1995년 애니메이션화 되는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국내에는 해적판과 늦은 정식판 발매로 그렇게까지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주위에 아는 분이 별로 없어서 아쉽네요. 참고로 전 애니메이션 판은 보지 않았지만, 이런 류의 만화는 애니메이션으로 제대로 옮길 수 없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기회가 있어도 보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염려되는 것은 이 만화에 기대를 가지실지도 모르는데, 혹시 그렇다면 기대는 하지마세요. 기본적으로 소년 대상의 배틀물로 요즘과는 다르게 스토리의 깊이나 사랑이야기 같은 것은 들어있지 않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옛 소년만화입니다. 나이가 어리다면 또 모를까 성인이 보고서 대단히 재밌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전 추억의 만화라서 지금봐도 재밌습니다(??)
아마도 이건 드래곤볼을 지금 보고 옛날만큼 재밌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겠죠. 그 당시였으니까 통했던 배틀물, 말 그대로 추억의 만화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역시 재밌습니다^^)
제목 : 붉은귀신 젠키 / 鬼神童子 ZENKI
권수 : 전 12권(완결)
기간 : 해적판은 1995년, 정식판은 2000년 추정 / 1993.06~1996.12
작가 : 타니 키쿠히데(원작), 쿠로이와 요시히로(만화) / 谷菊秀, 黒岩よしひろ
출판 : 세주문화 / JUMP COMIC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