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저희 나이대의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영화인 로보캅의 리메이크(?)판을 보고 왔습니다. 제 주관적인 기준에서 추억의 영화로써는 실망이고, '추억'이외의 요소들은 볼만합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http://www.naver.com/
예고편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종전의 투박하면서도 좀 더 현대적으로 변한 디자인에 검은 색으로 칠해진 로보캅이 있니다. 외관의 변화는 의외로 받아들일만 합니다만, 원작과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영화의 포커스가 '액션'에 맞춰진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래의 글을 펼치시면 본편의 주제와 내용을 유추할 수 있게 되니 주의 바랍니다.
- 이번 로보캅(2014)을 보고 느낀 원작과의 괴리 [ click ] -
앞에서 언급했지만, 이 영화의 주제는 '화끈한 액션물'이나 '추억의 액션물'이 아닙니다. 기득권과 언론의 부패를 가장 큰 주제로 다루고 있으며, 대중들의 IT기반 기술에 대한 무지에 대해서도 경고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의 대부분의 분량이 '액션'이나 '수사'보다는 일종의 '정치'와 '음모'에 할당되어 있지요. 그래서 지루하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예상하고 간 영화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배트맨 이후 일종의 유행이 된 '인간성'이나 '내면에 대한 고뇌' 같은 것을 마찬가지로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로보캅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인간성이라는 것에 대한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라고 던져주고 있지요.
이 두 가지는 영화의 개성이라고 볼 수 있고, 실제로 적절하게 표현되고 버무려져 있기 때문에 딱히 뭐라고 할 부분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단순 액션물은 아니지만 재밌게 볼 수 있고, (특히 IT와 의료기술에 대해서는) 한 번쯤 누군가 던져줄 화두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굳이 하는 것은 바로 '추억의 로보캅'을 생각하고 들어간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괴리감을 안겨주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로보캅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인 저에게 이 영화는 '꼭 이걸 로보캅으로 만들었어야 했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자기는 감독이 원래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흥행을 위해서 로보캅이라는 소재를 끌어온 느낌을 받았죠. 영화 자체는 괜찮았는데 그 부분이 참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액션 영화가 사실 아니라는 것을 알고, '추억'이라는 요소를 완전히 배재한다면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보러갈만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딱히 재밌는 영화가 안 나오는 상황에서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나 싶네요.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그래도 2000년 초에는 재밌는 영화가 많았는데 최근 10년 정도 동안은 거의 없는 것 같다'라고 지난 몇 년간 계속 생각해왔습니다. 근데 요즘 들어서는 '정말 그런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단순히 그 때는 더 어렸기에 평균적으로 더 재밌게 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