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전에 친구가 중국에 다녀올 때 부탁해서 소흥주 한 병을 선물 받았습니다.
지난 술 박람회 때 마셔보고서 그 맛이 잊혀지질 않더군요.
소흥주는 중국 절강성의 소흥(사오싱) 지방을 중심으로 한 명주입니다. 중국술은 크게 황주와 백주로 양분할 수 있는데, 흔히 저희가 아는 고량주 계열은 백주이지요. 황주는 도수가 백주보다 보통 훨씬 낮고 맛을 음미할 수 있는데, 소흥주는 그런 황주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술이라고 합니다.
저처럼 무협을 좋아하시는 분은 여아홍이란 술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텐데 그 여아홍도 소흥주입니다. 소흥 지방은 아이가 태어나면 예쁘게 만들어진 병에 술을 담아 묻고 화조(花彫)주라고 불렀는데, 남아/여아에 따라서 각각 장원홍/여아홍이라고 했다고 하네요. 일종의 기념주인데 무협에서 여아홍을 그냥 주점에서 막 먹는 건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고증의 실패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에 받은 것은 소흥주의 대표 브랜드인 고월용산의 것으로, 화조라는 말이 있으니 아마도 가반주(加飯酒). 오래될 수록 맛이 좋아지는 소흥주 중의 8년 숙성. 제가 전에 박람회에서 마셔본 것은 10년이었죠.
맛은 상당히 재밌는데, 일단 약간 간장 같은 짠 맛이 납니다(...) 신맛과 살짝 쓴맛도 있으면서, 그 뒤에 뭐라 말하기 힘든 소흥주만의 술향이 함께 어우러져있습니다. 제 생각에 이런 맛은 소흥주 아니면 안 날 것 같아요.
전에 마셨던 10년과 비교한다면 10년이 더 맛있었습니다. 2년 차이가 이렇게 큰 건지 마실 때의 컨디션 차이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0년은 좀 덜 짜고 향은 더 풍부한 느낌이었죠. 8년은 소흥주를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은 마실만한 맛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뱉을지도(...)
그렇다고 8년을 욕하는 건 아니구요.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도수가 낮지만 제가 혼자 술을 많이 먹는 타입이 아니라서 상하기 전에 다 먹을지 좀 의심이네요. 멀리서 공수해 준 친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