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플래쉬를 보고 왔습니다. 그냥 별 기대 안 하고 본 영화인데 최소한 올해 상반기의 영화, 잘 하면 올해의 영화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대부분의 음악에 관련된 영화는 역설적이지만, 음악에 진짜 충실한 경우는 드뭅니다. 보통은 음악으로 스토리 상의 갈등을 풀거나(시스터 액트), 스토리 전개를 돕는 장치로 쓰이거나(물랑루즈), 결과를 위해 컴퓨터로 보정하거나(파리넬리), 사회 문제 따위를 비판하는 도구(헤드윅) 등으로 쓰이곤 하죠.
특히나 특정한 악기의 주자나 보컬의 능력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은 거의 없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감독이 원하는 결과를 낼 정도의 실력을 지닌 배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이미 눈치채셨겠죠. 이 영화는 드물게도 음악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 스포일은 아니지만 관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 (Click) ]
원래 영화를 보면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면서 마음에 안 드는 점을 분석하는 편입니디만, 영화가 끝났을 때 '더 이상 무슨 생각이 필요할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긴 하겠지만, 스토리나 연출, 시각적 효과, 편집 등 다른 모든 것들이 클라이막스 10분을 위해서 존재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이 영화의 연출을 돕는 게 아니라, 영화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존재한달까요.
물론 그 앞의 스토리 등도 여러가지 의미야 있겠습니다만, 그 모든 것들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절정부의 몰입과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되더군요. 정말 영화 연출의 승리라고 생각되며 감독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덤입니다만, 작 중 드럼 연주는 실제 등장 배우가 했다고 하더군요.
영화가 끝나고 왜 굳이 제목을 (다른 걸로 안하고) '위플래쉬'라고 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위플래쉬(whiplash)가 사전적으로는 '채찍질'이란 뜻이 있다는 것을 보고 납득했습니다.
추리물, 공포물 등 그 어떤 다른 장르에서도 관객들이 이 정도로 숨을 죽이게 되는 영화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메이저한 장르는 아니지만, CG로 떡칠한 판타지인지 SF인지 모를 영화들이 난무하는 요즘 세상에서 오랜만에 영화다운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정말 중요한 건데, 음향 문제 때문에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셔야 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