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전통주 갤러리 시음회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시음회의 가장 마음에 드는 녀석은 조선 3대 명주였던 감홍로였습니다.
지난 시음회에는 면천 두견주를 사먹어볼까 하다가 가보니 있었는데, 이번 시음회 역시 감홍로를 사먹어볼까 했는데 있었습니다. 제가 술과 관련해선 복이 있나봅니다.
아래는 주관적인 시음노트이며, 개인적인 메모를 위해 작성됐음을 알립니다.
1. 톡쏘는 복분자 막걸리 : 복분자의 달콤함이 막걸리의 크리미한 맛과 섞이면서, 마치 딸기와 우유가 딸기 우유가 되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복문자 막걸리가 된 느낌. 단맛이 연하면서 향을 잘 살렸고, 탄산의 쏘는 맛보단 부드러움을 중요시했기에 가볍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괜찮은 술이었습니다. 참고로 살균 탁주.
2. 천안 입장 탁주 : 지난 달에 남은 것인지 한달을 묵힌 버전을 먹었는데, 숙성이 진행된 막걸리가 그렇듯이 구수한 맛과 탄산맛은 강해지는 반면 향기로운 향과 단맛은 줄어들었습니다. 제 취향은 신품이 좋네요.
3. 산양 산삼가든 인삼주 '별' : 장뇌삼으로 담근 인삼주로 도수는 13도. 살짝 나는 단맛과 함께 쌀누룩 약주의 맛이 은근히 무겁게 깔린 상태에서 인삼향이 편한 정도로 은은하게 퍼져있습니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이 단맛이 가당된 것인지 쌀에서 난 것인지를 좀 더 제대로 맛 봤다면 좋았을텐데란 아쉬움이 남네요. 인삼주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굳이 평소에 마신다면 이 정도로 향이 적당한 것이 마시기는 편할 것 같습니다.
4. 감홍로 : 계피를 주축으로 한 향의 향연이 펼쳐져서 깜짝 놀라게 만든 술. 첫 향은 정말 강렬하지만 향기롭고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맛은 쓴맛이 가장 강하게 깔려있어서 드라이한 느낌을 주지만, 뒷맛은 달콤함이 남아서 계피향을 마무리해주네요. 단맛은 용안육으로 냈다고 합니다. 춘향전과 별주부전에도 등장했다는 조선 3대 명주 중 하나로 굉장히 복합적이면서 재미있는 맛이었습니다. 도수는 40도.
5. 허니 와인 : 사실 이 달에 두 차례 방문을 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가라앉은 느낌이 강해서 별로였는데 두 번째에는 향이 더 살아있어서 괜찮은 인상을 받은 술입니다. 재료는 꿀 100%를 발효시킨 술이지만 단맛은 발효되는 과정에서 많이 다운되었습니다. 전통꿀 특유의 묵직함을 간직한채로 강하지 않은 단맛이 은은하게 깔려있습니다. 향은 아카시아 향이 가볍게 나는데 아카시아 민트향이라고도 표현하시더군요.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좀 더 향이 살아있고 단맛이 상큼하면 좋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6. SSOA 스파클링 와인 포도 : 뭐랄까 정말 미안한데 탄산 폴라포 맛이었습니다(...) 도수는 5도.
7. 오미로제 스파클링 와인 : 오미자로 담근 와인입니다. 스파클링 와인을 먹게될 일이 있으면 느끼는 건데 탄산이 신맛과 쓴맛을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미자의 5가지 맛 중 신맛과 쓴맛이 부각되어있으며, 단맛은 오미자의 단맛이라기보다는 인위적으로 가당한 느낌이 강합니다. 개인적으로 스파클링 와인은 아직 맛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서 아쉽네요.
8. 오미로제 스틸 와인 : 오미 로제의 스틸 와인 버전입니다. 5가지 맛 중 단맛이 가장 강한데, 가당으로 인해서 약간 인위적인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단맛 다음으로는 짠맛도 제법 있고 다른 오미자의 맛은 적절한 수준으로 아래에 깔려있습니다. 풍미가 생각 외로 실제 포도 와인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희향 국화주보다는 마음에 들 수도 있는데 사먹지는 않을 정도입니다.
9. 술샘 이화주 : 걸쭉한 이화주라는 점은 예전에 먹어본 국순당 이화주와 비슷하지만, 술샘 이화주는 단맛이 상당히 강하고 짠맛, 신맛 등도 느껴집니다. 설탕이 아닌 쌀에서 나는 막걸리의 단맛입니다. 뒤로 살짝 쓴맛도 있는데 거슬리지 않네요. 국순당 버전보다도 더욱 요거트를 떠먹는 느낌으로 제법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도수는 (아마) 8도. 참고로 이화주가 걸쭉한 이유는 과거 여성이 술잔으로 술을 들이키는 게 사회적으로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기에, 여성을 위해 떠먹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10. 천비향 약주 : 강하지만 지나치지 않은 단맛과 은은한 향이 매력적인 술이었습니다. 단맛은 쌀의 농축된 단맛이지만, 소곡주와는 다르게 비교적 깔끔한 느낌이 납니다. 이번 시음회에서 꽤 기억에 남는 술이었는데, 비슷한 느낌으로 자희향 국화주가 떠올랐습니다. 단지 자희향 국화주는 신맛 때문인지 계속 마시면 달아서 불편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얘는 확실하게 달지만 절제되어있고, 쌀로 담근 약주의 묵직한 느낌도 좋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마시고서 시음기를 써보고 싶네요. 도수는 16도.
개인적으로는 감홍로는 인상깊을 정도로 좋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는 술샘 이화주도 맛있었고 천비향도 좋았네요. 둘 다 다시 제대로 마셔보고 평해보고 싶습니다. 그 외에는 오미로제 스틸와인이 생각보다 와인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기억에 남긴 하지만, 구매 의지까지는 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