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해철씨의 음반을 아무 생각 없이 샀는데 의외로 그럴 듯하게 잘 만들었다. Welcome to the Real World라는 타이틀로 나온 CD 4장 짜리 베스트 앨범이다. 신해철씨 별세 후 1년 쯤 뒤에 나온 것 같다.
살 때는 그냥 4장 짜리 CD 케이스에 대충 들어 있겠지 했는데, 커버 상자가 질감도 고급스럽게 잘 만들었고 크기도 21*21cm 정도 된다. 처음에 택배 받고서 너무 커서 내가 뭘 시켰는데 이런 게 왔지 싶었다. 자석으로 열고 닫히는 게 마음에 든다.
빨간 상자를 열면 안에 가사와 사진 등이 수록된 책자와 빅 사이즈의 사진, 그리고 CD가 2장씩 들어 있는 케이스가 들어 있다.
생전의 사진이나 노래 가사, 그리고 이것저것 추억을 새겨볼만 한 것들이 구성품으로 들어 있다. 신해철씨를 좋아했던 추억을 가진 세대에게는 제법 기쁜 구성품들이다.
그리고 사진만 프린트해서 묶어둔 것이 있었는데, 뭔가 좀 영정 사진 같아서 흠칫 했다. 아무래도 돌아가신 분이다보니(...)
CD는 금색과 은색으로 된 케이스에 들어 있다. 제법 그럴듯하면서 약간 아쉬운 퀄리티랄까.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수 앨범을 사면서 이 정도 퀄리티는 처음 봤다. 그런 의미에서는 꽤 괜찮다는 느낌. 하지만 이거랑 비슷하게 만든 해외 한정판 앨범을 소장하고 있는 게 있는데, 그건 좀 더 돈을 들여서 더 잘 만들었다. 비슷한 느낌이다보니까 비교가 되어서 약간 아쉽달까.
금색과 은색의 케이스(?)
내용물은 이런 식.
이 안쪽 소재를 좀 더 고급스럽게 할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나쁘진 않다.
사실 이런 것도 있지만, 이 베스트 앨범의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노래 자체였다. 이걸 신해철씨 생전에 따로 부른 것이었는지, 아니면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옛날에 녹음한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훌륭한 수준의 음질이었다. 예를 들어 예전 80~90년대에는 마이크 에코가 많이 울리는 방식으로 녹음을 했는데, 최근의 추세는 에코가 없이 목소리와 숨소리까지 또렷하게 들리는 녹음을 선호한다. 이 앨범은 그런 식으로 녹음된 곡들이 들어 있다. 악기 연주 녹음도 전보다 세련된 느낌.
내가 원래 들었던 신해철씨 노래들은 '첫 번째 녹음 버전들'이었다. 무슨 말이냐면, 옛날에 제일 처음 나온 음반에 수록된 버전만 듣고, 그 이후에 다시 녹음한 버전이 존재하는지는 모른다는 이야기다. 몇몇 기억을 되살려보면, 예전과 반주 자체가 조금 다른 것들이 있는 것도 같다. 하지만 스피커와 음원의 퀄리티가 올라가면 같은 곡도 다르게 들릴 수 있기 때문에 확실히는 모르겠다. 비교해 보면 알기야 하겠지만 그렇게까지 해보진 않았다.
정말 좋은 음질로 예전에 좋아하던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모든 곡들이 요즘 방식으로 다시 만든 새로운 버전을 듣는 느낌이었다. 신해철씨와 넥스트를 좋아했다면 확실히 구입할만 한 가치가 있는 좋은 앨범이다. 구성품이 아니라 노래 퀄리티로만 봤을 때도 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