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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이란 무엇인가 : 무(武)와 협(俠)
 

'무협 이야기'라는 카테고리의 첫 글로 무협이란 무엇인지 한 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무협의 역사나 설정 같은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

무협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예전에 굉장히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왜 무협이라고 부를까? '무(武)'야 무술이라고 치는데, '협(俠)'이라는 것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가? 협이 없으면 무협이 아닌가? 같은 것들 말이죠. 나름의 결론을 내리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이게 바로 무협 카테고리의 첫 포문을 열 오늘의 주제입니다.


1. 무(武)와 협(俠)

무협에서 무인(武人)들이 나와서 장풍을 쏘고 하늘을 나는 건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얘기다. 특히나 한국의 무협소설은 중국과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서 주인공이 산을 부수고 바다를 가를 정도로 강해진다. 무(武)는 대충만 봐도 차고 넘친다. 그게 진짜 '무'인지는 둘째로 말이다.

그런데 무(武)는 장르 이름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반쪽인 협(俠)이란 뭘까? 협객이란 게 대체 뭘까? 착한 사람? 약자를 도와주는 사람? 정확히 이야기해 보려고 해 보면, 협객이란 말이 오늘날엔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애매하다. 대충 착한 사람이라고 하기엔 무협의 이미지와 딱 들어맞지 않는다.

의협(義俠)이란 말은 종종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의(義)는 옳은 것, 정의 같은 개념으로 많이 쓰인다. 그런데 그 옆에는 협(俠)이 붙어 있고, 무협에도 협객에도 붙은 말은 의가 아니라 협이다.

지금 시대에 협(俠)이란 글자가 실제로 쓰이는 경우는 옆 나라 일본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야쿠자들 스스로가 인(仁)과 의(義)라는 글자와 함께 '협(俠)'이야말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홍콩 영화에서도 나타나는데, 80년대에 주윤발이 영웅본색과 같은 느와르 물 속에서 협객이라고 불렸다. 그럼 그 영화에서 주윤발의 역할이 뭐였는가? 홍콩 마피아다.


이미지 출처 : 아마존 재팬(amazon.co.jp), 예스24(yes24.com)

(좌) 일본의 야쿠자물인 '남자(俠)의 복수'
(우) 주윤발의 영웅본색


도대체 협객이란 게 뭐길래 야쿠자와 마피아가 등장하는 걸까?




2. 임협과 협객

임협(任俠)은 춘추전국시대에 등장한 개념으로, 은혜를 베풀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은혜와 의리를 갚는 자들을 말한다. 임협(任俠), 유협(遊俠), 협객(俠客) 셋은 같은 말이라고 봐도 된다. 한고조 유방(劉邦)도 임협이었고, 삼국지의 유비(劉備) 역시 임협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의리와 은혜를 중시하고 법에서 자유로우며, 협을 지키기 위해서는 법을 거침없이 어겼다.


(2-1) 삼왕묘 전설

4세기 경의 <수신기(搜神記)>에 등장하는 중국의 고대 설화 삼왕묘(三王墓) 전설을 보면 중국인이 원래 생각했던 협객이란 게 뭔지 알 수 있다.



육조괴담이란 만화로도 출간됐었다.
10대 시절에 버려지지 않고 남아 있어서 너무 기쁘다.


춘추시대 말 초나라 왕은 대장장이 간장(干將)에게 명검을 만들라 지시했다. 간장은 아내인 막야(莫邪)와 두 자루의 절세 보검을 만들어 냈다. 부부는 검의 이름을 스스로의 이름을 따서 간장과 막야라고 지었다. 하지만 무려 3년이란 세월이 지나 있었고, 간장은 검을 바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왕이 자신을 죽일 것을 직감했다. 간장은 간장 보검을 숨긴 후 막야만을 갖고서 왕에게 간다. 그리고 초왕은 간장을 죽였다.  

한편 막야는 임신을 한 상태였고 아들을 낳았다. 어느날 아들 적비가 아버지가 왜 없냐고 묻자, 너의 아버지가 초왕에게 죽었고 간장 보검을 남겼다고 전했다. 적비는 간장 보검을 들고서 반드시 초왕을 죽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초왕은 적비가 자신을 죽이는 꿈에 계속 시달리다가, 용모파기를 전국에 뿌려서 척살령을 내린 상태였다. 적비는 복수는 커녕 도망다니는 신세가 되어 한탄을 한다.

어느날 지나가는 협객이 실의에 잠긴 적비를 보고 이유를 물었다. 적비는 아버지의 복수를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협객은 "너의 목과 칼을 나에게 주면 내가 복수를 해 주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적비는 단숨에 자신의 목을 베었고, 목이 잘리고도 꼿꼿이 선 채로 자신의 머리를 협객에게 내밀었다. 협객은 잠시 놀랐다가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 맹세했다. 그 말을 들은 시체는 쓰러졌다.

협객은 초왕에게 적비의 머리를 바쳤다. 초왕은 크게 기뻐했는데, 협객은 적비의 원한이 깊어서 솥에 넣고 삶아야 나쁜 꿈이 사라질 거라 조언했다. 적비의 머리는 사흘을 삶아졌지만 조금도 익지 않았다. 이에 협객은 왕이 직접 솥을 보러 가야 할 것이라 말했다. 초왕은 솥 안의 적비의 머리를 보고 조롱했다. 그때 협객이 왕의 머리도 같이 들어가야 삶아질 것이 말하고서, 간장 보검을 뽑아 단숨에 초왕의 목을 베어버렸다. 왕의 머리가 솥 안에 빠지고 놀란 군사들이 달려들었다. 협객은 너희가 수고할 것이 없다며 스스로의 목을 베었다.

협객의 목 또한 솥에 빠졌고 세 머리는 단숨에 삶아져서 뭉개졌다. 신하들은 무엇이 왕의 머리인지 알 수 없게 됐는데, 한 신하가 아들과 협객 모두 용감한 의인이니 셋을 같이 묻으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결국 세 머리가 하나의 무덤에 묻혔고 이를 삼왕묘(三王墓)라고 부르게 됐다. 이 무덤은 여남(汝南) 지방에 있다고 한다.


필자는 협에 대해 고민하다가 이 고사를 떠올리고서 충격받았다. 이유는 그동안 생각했던 '착하고 의로운 협객'이 이 이야기 속에 전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왕묘 전설은 중국인이 협(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준다. 받은 은혜를 반드시 갚는 자, 약속과 맹세를 반드시 지키는 자, 그것을 위해서는 스스로의 목숨조차도 포기할 수 있는 자가 바로 협객인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창작물을 보면 과거에 입었던 작은 은혜를 훗날 갚는 장면이 굉장히 자주 나오는데, 이것이 모두 협(俠)을 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2-2) 삼국지와 수호전

협객이 나오는 더욱 유명한 이야기로 유비, 관우, 장비가 있다. 유비는 민심을 얻기 위해 계속 인(仁)과 덕(德)을 중시했지만, 의형제의 일이 걸리면 인(仁)보다도 우선시했다. 하지만 이게 유비의 명분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세 사람의 의리는 칭송받는다. 유비는 관우를 잃고 오나라와 싸워 패배하지만, 그걸 두고서 한심한 군주라고 손가락질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중국인들이 관우를 가장 숭배하는 것도 그가 의협심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무협이라 말해지는 <수호전(水滸傳)>을 보자.

협객 사진(史進)은 마을을 공격한 산적을 사로 잡았다. 하지만 산적들이 서로 간의 의리를 지키려고 하자 의협심에 감복해서 오히려 풀어준다. 이후 사진은 산적과 연락하며 친하게 지냈는데, 마을 사람 이길은 사진이 도적과 내통한다고 밀고를 했다. 결국 관군이 들이닥쳤고, '협객' 사진은 도주하는 길에 '마을 사람' 이길을 죽인다.

'협객'은 산적을 놓아주고, 마을 사람을 죽였다. 하지만 산적을 놓아준 것 역시 의협심이었고, 밀고한 마을 사람을 죽인 것도 의협심에 어긋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개인 간의 신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옛 이야기 속의 협객들은 신의/의리/맹세/불의 같은 개념들을 지키기 위해서 살인도 불사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신의와 의리를 가장 중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건 현재의 중국 사회의 '꽌시' 문화를 일정 부분 설명해주기도 한다.

이런 부분은 걸림돌을 거침없이 죽이는 요즘 판타지 소설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는데, 차이점이 있다면 정통 무협에선 살인자로서 평생 관아에 쫒기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 판타지 소설에서는 잘 죽였다며 아무 일 없이 넘어간다. 심지어 배경이 21세기 한국일 때도(!).


이미지 출처 : 아마존 재팬(amazon.co.jp)

협(俠)은 일본 야쿠자를 대표하는 글자로 쓰인다.


이렇게 보면 깡패, 야쿠자, 마피아를 보고 협객 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리 이상한 게 아니다. 그들이 (표면적으로라도) 협의를 내세우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2-3) 협객은 깡패인가?

다시 임협(任俠)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그들은 의리와 은혜를 중시하고 법에서 자유로우며, 협을 지키기 위해서는 법을 거침없이 어긴다. 어떻게 보면 '아름답게 미화한' 이상적인 폭력배들과 상당히 비슷한 것 같다. 일본에서는 야쿠자들이 지금도 스스로를 임협(任俠)이라고 부르고 있다. 유명한 한국 영화인 '친구'도 결국 이걸 주제로 다뤘다. 그렇다면 깡패가 임협이란 걸까?

여기서 사마천의 <사기(史記)>가 등장한다. <사기>의 유협열전(遊俠列傳)을 보면 아래와 같은 대목이 등장한다.

"무리를 지어 횡포를 부리며 약자를 괴롭히는 자들을 유협들은 부끄럽게 여겼는데, 사람들이 협객의 뜻을 모르고서 깡패들과 동일시하며 조롱하니 안타깝다"
至如朋黨宗彊比周, 設財役貧, 豪暴侵淩孤弱, 恣欲自快, 遊俠亦醜之. 餘悲世俗不察其意, 而猥以朱家、郭解等令與暴豪之徒同類而共笑之也.


사마천은 <사기>에 협객에 대한 열전을 따로 실었고, 이 열전은 협객에 대해서 정의할 수 있는 어떤 공신력 있는 기준이 되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협객은 깡패가 아니다. 그저 의(義)와 협(俠)을 지키기 위해서 법도 자신의 목숨도 남의 목숨도 모두 무시할 수 있을 뿐이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사마천의 <사기>가 기원전 1세기에 쓰여진 책이란 거다. 그 말은 깡패들을 임협이라 부르는 일 또한 최소한 기원전 1세기부터는 있었다는 것이다. 야쿠자나 마피아가 협객이라고 불려온 것은 놀랍게도 20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라고 할 수 있겠다.



(2-4) 협객과 법, 그리고 도덕

결국 고사의 협객을 보면 가장 중요한 개념은 개인 간의 신의와 의리이다. 맹세나 약속, 복수 같은 개념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들은 의(義)를 행하기 위해서 권력이나 폭거에 자주 맞서는데, 그럼 그 '맞섬'이 옳은 것인지는 어떻게 판단할까? 대개의 경우 사회 통념과 도덕, 그리고 민심이 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사회적으로 널리 인정할 만한 명분이 있으면 된다. 결국 협객에게 있어서는 신의와 맹세가 가장 중요하고, 도덕이 그 다음으로 중요하며, 마지막으로 법과 질서가 온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협객이 쉽게 사람을 죽이는 건 아니다. 그 인물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다르다. 법을 매우 중시하고 국가에 충성하는 협객도 많이 나온다. 이들은 법을 지키는 것과 개인 간의 신의 사이에서 고뇌하는데, 보통 '신의를 봐서 이번엔 놔주지만 다음엔 잡아들이겠다.'라는 식의 대응을 한다. 관우가 조조를 놓아준 연의의 에피소드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리고 많은 고사에서 국가에 대한 충성이나 법을 지키려는 협객들의 고뇌는 간단하게 해결된다. 바로 부패한 관리나 간신 따위가 협객을 배신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협객은 법을 지키고 싶었지만 배신 당한 게 되고, 개인 간의 신의를 지킬 수 있게 된다. 협객은 국가를 배신한 게 아니라 부패한 탐관오리에 맞서는 것이다.




3. 왜 무(武)+협(俠)이 됐을까?

무협으로 돌아와 보자. 이제 협이 뭔지는 알겠는데, 그냥 무림 소설이나 무공 소설이라고 하면 안 됐나? 왜 '무'와 '협'이 붙었을까? 여기에 대해서 필자가 한번 추측을 해 보았다.

청나라 말 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렸다. 영국은 18세기 무렵부터 청나라에 아편을 계속 뿌려댔는데, 청나라가 이에 반발하자 바로 군대를 파견해서 아편 전쟁(1840, 1856)을 일으켰다. 근대화된 군대에 청나라는 박살이 났다. 난징조약으로 대표되는 불평등 조약을 맺고, 홍콩을 넘겨주고 강제 개항을 하는 등 제국주의의 참맛을 봤다. 이후 서구 사회가 청나라를 나눠 먹었고, 일본 제국마저 청일 전쟁을 벌이며 청나라를 뜯어 먹었다.

이런 제국주의에 맞섰던 세력 중 하나가 중국의 무인(武人)들이었다. 그들은 때로는 개인이, 때로는 단체가 제국주의에 맞서서 나름대로 싸웠고,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안겨주었다. 영화로도 끝없이 만들어지는 황비홍, 곽원갑, 엽문 같은 무인들을 보면, 셋 모두 제국주의와 싸웠던 사람들이다. 영화 스토리 역시 항일 운동에 대해서다. 당시 곽원갑이 만든 정무체육회(精武體育會)는 지금도 명맥을 잇고 있는데, 이소룡의 대표작 중 하나인 정무문(精武門) 역시 정무체육회와 항일운동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미지 출처 : https://zh.wikipedia.org/wiki/%E9%9C%8D%E5%85%83%E7%94%B2

곽원갑. 1910년 상하이에 정무체육회를 세웠다.


예로부터 나라가 위급할 때 뜻을 모아 일어난 사람들을 협의지사(俠義志士)라고 불렀다. <사기>에 등장하는 협객들은 어지러운 나라를 위해서 일어선 의인들이었으며, <수호전>의 양산박 역시 마지막엔 결국 나라를 위해 싸웠다.

청나라의 무인들 역시 제국주의에 맞서며 중국인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무협 소설은 일본제국이 기승을 부리던 20세기 초에 등장했다. 초기의 많은 작품들은 송원교체기나 명청교체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는다. 송나라 말 몽고군에 맞서 싸운 무림인들의 이야기이거나, 명나라 말 여진족에 맞서 싸운 무림인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후 한국에서도 많은 무협 작품들이 바로 이 시기를 배경으로 사용했다. 이야기 속의 무인들은 궁극적으로는 국가를 수호하던 애국지사들이었다.

이렇게 조국을 지키는 애국자로서의 협(俠)과, 불의에 맞서고 신의와 약속을 중시하는 임협(任俠)으로서의 협,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돌파해서 의협(義俠)을 관철할 수 있는 강력한 무(武)가 합쳐진 것이 무협(武俠)이란 장르가 아니었을까? 소수의 영웅들이 거대한 불의에 맞설 수 있게 말이다. 이게 필자가 내린 무협이란 장르에 대한 결론이다.




4. 마치며

무협(武俠)이란 장르명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해 봤다. 무(武)를 익힌 자들이 협(俠)을 행하는 이야기가 그 출발점이었다.

협이란 게 신의와 맹세를 반드시 지키고, 반드시 복수하고 반드시 은혜를 갚는 것을 이야기한다고 해 보면, 무협이란 과연 굉장히 중국적인 이야기라고 느낀다. 하지만 협객의 의협심(義俠心)이란 그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불의에 맞서고 올바른 일을 행하는 것 역시 협객의 소양이며, 약자를 보호하고 부패한 권력에 맞서 싸우는 것 역시 협객이다. 이렇게 보면 참 협객의 이미지와 잘 맞는다.

단지 의(義)와 협(俠) 중 뭐가 더 중요하냐고 말하면 협이 더 중요하다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간의 신뢰와 의리 말이다. 이건 중국 사회의 전통적인 특징이 아닐까 싶다.


이미지 출처 : 예스24(yes24.com)

누가 뭐래도 무협 소설의 정신적 지주가 된 영웅문.
영웅문은 원래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라고 하는 3편의 소설이다.
국내에 해적판이 들어올 때 영웅문이란 이름이 됐는데, 필자도 처음엔 하나인 줄 알았다.


한국의 무협은 중국 무협을 들여온 구무협 이후 꾸준히 모습이 바뀌었다. 90년대의 신무협은 공장화 된 구무협의 악습을 타파했고, 2000년대 무협은 먼치킨을 탄생시켰으며, 2010년대 무협은 웹소설로 자리를 옮겼다. 2020년대 무협은 사실상 가벼운 판타지 소설화 되고 있다. 2010년대 무협을 '정통 무협'이라고 부르는 날이 올 줄이야. 사실 필자는 구무협을 꽤 많이 읽어서, 무협이라고 하면 구무협이 먼저 떠오른다.


2020년대의 한국 무협에는 의(義)나 협(俠)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가벼운 판타지 웹소설과 겉모습만 다른 수준으로 오직 재미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마이너했던 무협 소설을 양지로 끌어 올리고, 좀 더 재미있고 대중적인 이야기가 많아진단 점에서는 반기고 있다. 그 수준이 판타지 웹소설과 큰 차이가 안 나서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최근의 웹소설에선 정의로운 성격을 혐오하는 경향이 강해진 게 아쉽다. 혐오할 것까진 없지 않나 싶은데, 각박해진 한국 사회를 잘 반영하는 것 같다. 악(惡)이 주인공인 이야기는 '진짜 대중적인 작품'은 될 수 없다고 본다. TV나 영화에 나오는 모든 악에 물든 주인공은 마지막에 죽거나 벌을 받는다. 왜냐하면 악인이 성공하는 모습을 공공화시키는 건 사회 근간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웹소설 작가들은 본인들의 글이 어린 독자의 사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단 걸 아직 잘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

모든 무협 소설이 항상 의와 협을 다룰 필요는 없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요즘은 '무(武)'에 대해서 깊이 있게 다루는 소설도 거의 없는 것 같다. 무에 대한 얘기도 재미있는데 아쉬운 일이다.  




부록. 의(義)에 대해서

사실 협객은 의협심(義俠心)을 갖고 있는데, 협(俠)만이 아닌 의(義)라는 개념이 나온다. 과거 동양에서는 선(善)이란 말보다 의(義)라는 말이 더 많이 쓰였다. 현대 한국어에서 '착한 사람', '선하다'라는 식의 표현을 하는 상황에서, 과거에는 '의인', '의롭다' 같은 말을 주로 썼다. 선(善)은 굳이 말하면 종교적인 개념으로 더 많이 쓰인 것 같다.

경성대 중국학과 교수 하영삼씨가 월간중앙에 기고한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를 보면 의(義)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요약하자면 의(義)는 바르지 않은 것에 대항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형태로 구현된 선(善)이란 것이다. 또한 본래는 선(善)이란 글자가 악(惡)의 반대 개념도 아니었는데, 명나라와 조선 중기 때부터 지금에 가까운 의미로 바뀌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참 재미도 있고 공감도 많이 가는 글이었다.


2022-05-04 00:01:00 | [Commen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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