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한국 음반 시장은 뭔가 잘못되었다... |
먼저 말해두고 싶은 건 난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 나에게 돈이 생긴 이후로 OS포함 컴퓨터 시스템의 모든 소프트웨어도 정품으로 바꾸었고,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국내 음악 파일도 CD로 소장하거나 멜론에서 MP3를 구입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불법 다운로드를 받은 게 아니란 거다.
그래서 본론인데, 우리나라 음반 시장은 뭔가 잘못되었다. 확실하게 잘못되었다. 20~30년 전의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 CD를 '신품'으로 구하는 게 1년~5년 전의 국내 대중가요(K-POP) CD를 구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게 말이 되나? 한두 개만 그런 것도 아니고 대부분이 그렇다면? 참고로 지금부터 이어지는 글의 본질은 단순한 투덜댐이다.
발단은 최근의 소비 생활에서 시작됐다. 소장하고 있는 음원을 전부 CD음질(FLAC 등)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예전에 스피커가 업그레이드 된 이후 MP3의 저열한 음질에 대해서 늘 실망 중이었는데, 최근에 헤드폰까지 구입한 이후 불이 붙은 것.
음원 교체 작업은 CD구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자주 듣거나 소장하고 있는 모든 MP3 파일을 CD구입 후 FLAC으로 변환해서 소장하려는 작업인 것이다. 현재 50% 전후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 갖고 있던 CD들이 제법 되기 때문이다.
계속 물 건너 구입 중인 CD들
아마 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소장하고 있는 음원은 그걸 구입한 자신의 나이대별로 명확한 개성을 가질 것이다. 나의 경우 아래와 같은 구분이 있다.
1) 중고등 학교 시절 돈이 없어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구한 음원들(CD위주)
2) 대학교 시절 돈이 있어서 사서 모은 CD들(CD위주)
3) 약 2005~2010년 이후 MP3 시장이 완전한 대세로 부각되면서 사서 모은 MP3들(MP3위주)
학생 시절에는 누구나 돈이 없다. 물론 목숨 걸고 사려고 한다면 못 살 건 없겠지만... 내 입장에서도 아니었다. 내 용돈은 매년 올라서 고3 때 기준 월 2만 원이었고, 나의 1순위 관심사는 만화/애니메이션이고, 2순위는 게임, 2.5순위는 매직 더 개더링이었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때 사서 모든 CD는 그리 많지 않다. 이 당시 모은 MP3는 국내에서 구하기 거의 불가능했던 일본 음악들이었다.
그러다가 20대가 되어서는 제법 CD를 사서 모았다. 지금 와서 아쉬운 건 이 당시에 초등학교~대학교 시절에 못 샀던 모든 국내 CD를 다 사서 모았어야 했는데, 나중에 언제라도 살 수 있을 거라 착각하면서 사지 않았다. 이 때 산 건 그 당시 발매되었던 국내 음반과 몇몇 일본 음반들이다.
그때 샀다는 건 아니고...
소장 중인 음악 CD를 정확히 찾아서 꺼내려면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냥 대충 집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MP3를 정식으로 돈 받고 파는 시장이 활성화되었다.그리고 언젠가부터 나도 국내 음원의 경우 멜론에서 MP3를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 되었다. 그래서 비교적 최근에야 알았다. 지금 시대에는 아예 음반(CD)을 발매하지 않는 노래들조차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가 MP3를 사게 된 건 이유가 있다. 딱히 좋아하는 가수도 아니고, 그런 가수 음반을 사 봐야 어차피 한 곡 듣고 나머진 안 듣는다. 좋아하는 가수들의 음반은 나오면 일단 사고 보지만 잘 모르는 가수의 유행곡에 그런 온도차가 있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뭐 아무튼 간에.
개인적으론 스피커가 헤드폰보다 취향에 맞는 것 같다
문제는 장비가 좋아졌다는 거다. 흔히 MP3와 CD의 음질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나도 옛날엔 이 말을 믿었다), 그건 음원을 재생하는 장비(스피커나 이어폰)가 좋지 않아서 그런 거다. 장비가 안 좋아서 좋은 음질이든 나쁜 음질이든 전부 하향 평준화되니까 차이가 안 느껴지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는 장비를 업그레이드 해보면 안다. 불과 수십만 원 정도의 스피커만 사 봐도 CD음질과 MP3 음질은 하늘과 땅 정도의 차이를 가진다.
아무튼 그래서 몇십 년 동안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던 CD 수집이 다시 시작된 거다.
결론은 어떠한가? 일본 음악 CD는 순조롭게 구입 중이다. 20년, 30년 전의 JPOP이나 애니메이션OST를 지금도 신품으로 구할 수 있다는 건 솔직히 놀라웠다. 그리고 일본의 중고품은 우리나라의 신품보다 상태가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정말 쉽게 구할 수 있다. 해외 구매라서 매번 구매금액 제한에 걸리는 것만 빼면 말이다. 이미 상당한 금액을 퍼부었다.
문제는 '쉽게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후순위로 미뤘던 국내 음악 CD에 있다. 지금 이것도 국내 CD 구하다가 분노해서 쓰는 거다. 일단 오래된 건 웬만해선 신품은 못 구한다. 중고는 상태가 정말 처참해서 수집 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나라라는 게 정말 원망스럽다. 심지어 어떤 노래들은 디지털 음원(MP3)으로만 존재하고 CD로 발매된 적이 없는 것도 있다.
서울레코드(https://www.seoulrecord.co.kr/) 홈페이지에서 캡쳐.
* 문제가 될 경우 삭제합니다.
이쯤 되니 뭔가 시장 자체가 잘못 됐단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인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 안에서 '가수'라는 건 '노래를 업으로 삼은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분명 몇몇 가수를 팬으로서 매우 사랑하지만, 가수 본인보다 노래가 더 소중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노래를 사랑해서 가수를 사랑하게 된 거지, 그 반대가 아니니까. 극단적이지만 가수와 노래 둘 중 하나가 남아야 한다면, 노래 쪽이 길이길이 보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모든 문학과 예술에서 예술가가 남긴 작품을 예술가보다 더 사랑한다)
꼭 나 정도가 아니라도, 그 가수가 부른, 스튜디오에서 원래 녹음한 의도를 가진 좋은 음질의 노래가 세상에 아예 등장도 하지 않는 것은(MP3로만 발매) 좀 아니지 않나? 돈으로 세상의 모든 걸 판단하는 논리 말고, 예술가의 작품이란 면에서 봤을 때 말이다. 손해를 보라는 건 아니지만 분명 어떤 손익분기점이 있을 테고, 장사꾼이 아닌 자기 아이 같은 작품을 만들어낸 예술가로서 발매 정도는 해주면 좋겠는데 말이다.
물론 이유가 있는 건 안다. 우리나란 문화예술에 돈을 잘 쓰지 않는 나라다. 도서 시장도 간신히 연명 중이고, 게임 시장도 진작 망했고(지금 있는 도박 회사들은 염두에 두지 않겠다), 그나마 영화가 선방 중인 편이고. 음반 시장도 마찬가지로 원래 잘 안 팔렸고 음원 시장 이후 거의 망했겠지. 인구도 4800만 밖에 안 되고, 평균 연봉도 낮은 편이고, 경제도 별로고, 음반의 가격도 굉장히 저렴하고. 그에 비해서 일본 음악 시장은 세계 2위 규모에 인구 1억3천만의 나라이며, 연봉도 더 높고, 음반을 잘 사주고 잘 보관하는 나라다. 차이가 있다는 건 안다. 가수가 노래만 못부르고 종합 엔터테이너에 가깝게 활동해야 하니 할 말 다 했지.
재미있는 건 국내에서 발매된 오래된 한국 가수 앨범보다,
'국내에서' 발매된 오래된 일본 음악 음반(신품)을 사는 게 더 쉽다.
일본 음악을 찾아듣는 팬층의 구매력이 더 좋은 게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한국 가수 앨범을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 맞지 않을까.
적어도 유명한 가수라면...
그래도 다시 말하지만, 나처럼 음반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런 사람과 가수 자신의 작품을 위해서 좀 더 신경 써줄 수는 없을까 하는 바람이다. 이건 그냥 음반 사려다 못 구했고, 중고는 상태가 처참해서 사기 싫고 해서 징징 거리는 긴 글이긴 하지만. 간만에 이런 걸 남기는 것도 개인 홈페이지의 매력이(라고 믿고 싶)겠지.
그러니 음반 좀 내줘라... 음반 가격 올려도 좋다. 일본처럼 CD 1장 3만~3만5천 원 정도를 기본 가격으로 삼아도 좋다. 솔직히 1만 원대는 시대가 지났는데도 너무 싼 가격이지. 어차피 살 사람은 그 가격이어도 사니까, 음반 좀 내주고 내 돈을 가져가면 좋겠다. 다 팔렸다고 손 털지 말고, 인기 있는 건 재판도 좀 하고. 3판도 내고, 4판도 내고. 베스트 앨범도 내고. 좀 그래주면 안 될까?
이제 다시 음반을 찾으러 가 봐야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수
언제 찍을까 싶어서 1번 CD장의 문을 열고 꺼내고 줄을 세웠는데
1집 2집이 안 보이는데 창고까지 뒤지긴 귀찮아서 그냥 찍음(...)
|
|
|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설입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
|
| 🥂 연재 - 술 이야기 03 ▶ 발렌타인 '30년산'은 잘못된 표현이다. |
흔히 연수가 오래된 술을 얘기할 때 '년산'이란 말을 붙이곤 한다. '발렌타인 30년산', '로얄 살루트 21년산' 등등... 이런 표현들은 잘못된 표현이자, 문법적으로도 잘못된 한국어이다. 이번 연재에서는 이 표현에 대해서 가볍게 짚고 가보자.
🍷 1. 시작은 아마도 와인에서...
'~년산'은 한자로 쓰면 年産이다. 여기서 年은 1년, 2년 할 때의 년이고, 産은 '낳다'란 뜻의 산이다. 출산, 산모 등등의 산이 이것에 해당한다.
'~산'이라는 접미사는 올바른 용법으로도 흔히 쓰인다. 예를 들면 '한국산'이라고 할 때 뒤에 붙는 '산'이 낳을 산(産)자이다. 이 표현이 붙으면 앞의 시간이나 장소에서 탄생했다는 뜻이다. 즉, 한국산이라고 하면 한국에서 태어났다=만들어졌다는 뜻이 된다.
술에 '~년산'을 붙이는 표현은 아마도 와인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1974년산 와인이라고 하면 1974년에 만들어진 와인이라는 뜻이 된다.
위의 이미지의 와인은 2010년도에 만들어진 무통 카데다. '무통 카데 2010년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올바른 표현이다.
🥃 2. 숙성년수에 '~년산'을 붙이는 건 잘못된 용법
문제는 이 표현을 증류주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예전에 술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 서양의 술을 '양주'라고 싸잡아서 부를 당시, 누군가가 와인에서 사용하는 '~년산'이란 말을 증류주에도 그대로 갖다 붙인 게 아닐까 예상된다.
증류주는 전혀 경우가 다른데, 아래의 위스키 레이블을 보자.
흔히 말하는 발렌타인 30년산
한국인이 사랑해 마지않는 발렌타인 30년 숙성의 레이블이다. 영어 표현을 보면 'Aged 30 Years', 즉 30년 동안 숙성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나, 심지어 판매사조차도 사람들에게 익숙한 표현을 쓰려는 것인지 이걸 '발렌타인 30년산'이라고 부른다. 이럴 경우 'made in 30' 혹은 'made in 1930'이 되어야 한다.
'발렌타인 30년산'이라고 말할 경우 기원후 30년에 만들어진 1991년 묵은 발렌타인 위스키란 뜻이 된다. 잘 봐줘도 1930년에 만들어진 술이란 뜻이다. 사실 위스키도 각각이 만들어진 해가 있기 때문에, 예륻 들어 1920년에 만들어진 술이라면 '발렌타인 1920년산 30년 숙성'이라고 말해야 올바른 한국어이다.
이것은 한국어가 한자 표기를 포기했기 때문에 나오는 부작용이다. 한국어 단어의 반 이상은 한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뜻을 보여주는 한자 표기를 포기하면서 사람들이 단어의 원 뜻을 쉽게 잊어버리게 된 것이다. 한자 기반 언어가 한자 표기를 포기할 경우 진입 장벽 이외의 대부분의 경우에 단점이 더 많은데 그 중 하나다.
🍹 3. 올바른 표기를 사용하자.
사실 aged 30 years 같은 표현을 정확히 어떻게 표기하자고 정해둔 것은 없다. 단지 '30년산'이란 건 확실하게 틀린 한국어이다. 일반적으로 이걸 지적하는 사람들은 '30년 숙성'이란 표현을 쓰자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말은 짧을 수록 실용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발렌타인 30년' 정도로 그냥 아무 말도 붙이지 않는 것도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 발렌타인 30년산(X)
- 발렌타인 30년 숙성(O)
- 발렌타인 30년(O)
이런 잘못된 표현은 꼭 이걸 듣고 경기를 일으키는 애주가들 때문이 아니라도, 한국어 자체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는 사람한테는 계속 틀린 맞춤법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걸로 들리기 때문에 본인 체면을 위해서도 좋다.
그리고 늘 생각하지만 주류회사 직원이 상주하고 있는 면세점이나 행사장 등에서는 제대로 된 용어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그런 곳에서조차 항상 '~년산'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회사들은 이런 쪽에선 좀 더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 잡지식 1. 30년 숙성은 정말 30년 동안 숙성시킨 술인가요?
간혹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답은 '그렇다'이다.
위스키나 꼬냑 같은 술에 대해서 사람들은 '비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사실 한국산 술들보다 따져보면 저렴한 경우가 더 많다. 생각해보자. 술을 만들었는데 이걸 30년 동안 전문가가 통제된 시설에서 보관하고 관리해야 한다. 수익이 나는 것은 30년 후이고, 전 세계에 팔아야 할 만큼 엄청난 양을 보관할 장소와 시설, 인력이 필요하다. 당연히 비싸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간혹 국산 증류주가 보일 때가 있는데 숙성을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가격은 외국 술보다 더 비쌀 때가 많다. 이건 시장의 규모 등등의 이유로 그렇게 된 건데 결론은 외국술이 쌀 때가 더 많다는 거다. (물론 발렌타인처럼 브랜드 프리미엄이 심하게 붙은 경우도 있지만.) 그리고 우리나라는 수입 증류주에 세금을 180%정도 붙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사는 것의 2~3배 정도 가격을 주고서 술을 사게 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참고로 위스키나 꼬냑 같은 건 들어 있는 술 전체가 30년 이상 숙성이 되었어야 30년이라고 표기 가능한데, 중국의 바이주 같은 건 30년 미만 숙성 원액이 들어 있어도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오래 전에 본 거라 확실하지 않은데 찾게 되면 보충하겠다. 이런 건 해당 술이 생산되는 국가의 주류 관련 법률과 관계가 있다.
# 잡지식 2. 술을 사서 오래 보관했는데 그만큼 숙성이 된 거 아닌가요?
일반적으로는 아니다. 유리병에 병입을 한 후부터는 숙성이 되지 않는다.
이건 숙성이 기본적으로 증발을 통한 농축과 숙성 용기(오크통 등)와의 화학적 반응과 침출 등으로 맛이 배는 과정이기 때문인데, 나중에 숙성에 대해서 다룰 일이 있으면 다시 이야기하겠다.
***** 2021-02-24 추가 *****
'산삼 50년산'이란 말을 쓰는 사람을 봤다. 뿌리 식물류는 보통 나이를 말할 때 '년근'을 쓴다. 여기서 '근'은 뿌리 근(根)자이다. '50년근'이라고 하면 '50년 된 뿌리'라고 할 수 있다.
|
|
[PREV] [1] ... [114][115][116][117][118][119][120] ... [379] [NEXT]
猫愛 - MyoAe - Homepage Mode
Ver. 1.45
by Aierse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