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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구르트와 금속 숟가락 |
먼저 밝히는데 전 딱히 음식에 까다로운 사람이 아닙니다. 단지 맛있는 것을 좋아할뿐 맛 없다고 안 먹지는 않습니다. 맛 없다고 못 먹으면 밖에서 어떻게 밥을 먹겠어요(음?)
아무튼.
일본 요리만화를 보면 가끔 나오는 소재가 있습니다. 금속으로 된 칼 등을 사용해서 특정 식재를 다룰 경우 둘이 반응해서 맛이 변하기 때문에 나무로 된 조리기구를 사용한다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말이긴 합니다만, 요리만화의 많은 부분은 일반인에겐 판타지일 뿐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곤 했었습니다. 며칠 전까진 말입니다.
발단은 별 생각없이 요구르트를 따서 숟가락으로 퍼서 입안에 들여넣은 것이었습니다. 평소에 집에 있던 숟가락이 아니라 얼마 전에 모종의 용도(...)로 다○소에서 사온 3개 2천원짜리 싸구려 숟가락이었습니다만. 어우 한 입 넣었는데 그 뭐랄까 은박지 입에 넣고 씹으면 나는 그 이상한 금속 맛 있잖아요. 그게 나네요. 밥 먹을 때도 써봤지만 이러지 않았는데 요구르트를 먹으니 맛이 확~
...
그리고서 글을 쓰는 이 시점에서 30분 이상 지났는데도 입 안에 남아있는 이 여운이란 것이 참으로 괴롭습니다. 평소 쓰던 숟가락은 이러지 않았는데 저게 재질이 스테인레스가 아닌 건지 뭔지...
'금속 숟가락으로 요구르트를 먹으면 안된다'라는 근거 불명의 괴담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듯하지만 딱히 그런 걸 따지는 건 아닌데, 맛 자체가 변해버리는 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 계기로 '금속제 조리기구를 쓰면 특정 식재료의 맛이 변한다'라는 만화 소재를 제 입으로 경험하게 되었군요.
약간 덧붙이자면, 식기와 요구르트의 관계에 대해 조금 찾아보았습니다만. 우선 '스테인리스와 유리는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안전한 식기 재료'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썼던 숟가락은 스테인리스였죠. 흠. 다○소에서 확인해봤지만 역시 재질은 스테인리스. 그래서 좀 더 찾아보는 과정에서, '스테인리스는 비싸기 때문에 너무 싸거나 믿을 수 없는 제조사에서 만든 것은 알루미늄 위에 스테인리스 코팅이 된 걸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라고 하네요.
더불어서 알루미늄은 산성 식재료(요구르트도 산성)와 반응할 경우 반응해서 용출될 수가 있다는군요. 매스꺼움 등을 유발할 뿐 인체에 '그렇게 큰' 악영향은 미치지 않는다는 듯합니다만 음. 현재로써 예상해볼 수 있는 것은, 제가 산 숟가락이 알루미늄에 코팅된 거였는데 코팅이 안 된 부분이 있어서 산성 요구르트와 반응해서 용출된 알루미늄도 함께 먹게 되었다...가 확실하진 않지만 추측해볼 수 있는 원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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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의 매력 |
오늘은 살짝 재미없을 수도 있는 내용.
저는 한국사람이라면 당연히 한자를 배워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최근의 한자대신 한글만 사용하려는 풍조는 아주 안 좋아하죠. 역설적이지만 제가 한자의 감동을 알게 된 것은 일본어를 배우면서 였는데, 이 이야기를 갑자기 하는 것도 며칠 전 일본어로 편지를 쓰다가 오랜만에 다시 감동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감동을 느꼈던 것은 이 단어였습니다.
의도(意圖) :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계획. 또는 무엇을 하려고 꾀함. ‘본뜻’으로 순화.
(출처 : 네이버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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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라는 말은 일상에서도 아주 자주 사용되는 말입니다. 딱히 사전을 찾지 않아도 누구나 뜻을 알고 있을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저 두 글자를 하나의 묶음으로 인식하지, 따로따로 생각하지는 않지요. 왜냐면 우리는 더 이상 한자표기를 안 하고 한글만 쓰니까요.
의도라는 단어를 한자의 뜻을 생각하며 한 글자씩 보면 이렇습니다. 저는 어릴 적 배우던 '~할 ~'라는 식의 음과 훈이 있는 표현을 별로 안 좋아하니 각각을 문장으로 풀어서 써보겠습니다.
의(意)는 '의지'할 때의 '의'자로, 생각이나 마음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도(圖)는 '지도'할 때의 '도'자로, 그린다는 뜻을 갖는 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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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을 합쳐서 의도(意圖)가 되면, '생각을 그린다'가 됩니다. 혹은 '생각의 지도'라는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지요.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라'라는 말은, '상대의 생각이 어떻게 그려지는지를 파악하라'라는 뜻으로 풀어낼 수도 있습니다. 한자의 묘미는, 이걸 굳이 풀어내지 않아도 한자를 읽게 되는 순간 진짜 의미를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의도 이외에도, 모든 한자로 된 단어는 각 글자 하나하나의 뜻이 절묘하게 배합되어서 만들어진 예술품입니다. 한글로 해서 읽어버리면 뭔지 모를 한 세트이지만, 한자로 읽게 되면 단어를 처음보는 사람이 봐도 그 뜻이 녹아있지요. 저는 평소에 자주 쓰는 단어를 한자로 다시 보게 될 때마다 이런 데에서 감동을 받습니다. '아, 이게 이 글자였구나!' 하구요.
위의 네이버 사전에서 의도를 본뜻이란 순 우리말로 순화했다는데, 우선 '생각의 그림'과 '본뜻(원래의 의미)'은 같은 단어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유사한 용도로 쓸 수는 있지만 결코 같은 뜻은 아니죠. (개인적으론 비슷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거기다가 본뜻의 '본'도 한자일텐데-_-)
무엇보다 원래 한글 자체의 반 이상이 한자어로 이루어진 시점에서 '순화'라는 표현을 쓰는 게 웃깁니다. 그러면 원래부터 한글은 반절 이상이 '오염'되어있었나보네요. 한자 문화권에서 한자 영향을 받은 건 당연한거고, 그런 거 따질거면 외국에서 전래된 건 하나도 쓰지 말아야죠. 화약이라든가 전기라든가 반도체라든가 컴퓨터라든가 영어라든가 기타등등... 아, 한자로 된 나라이름부터 바꿔야겠구나.
원래 딱히 한자는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주의였는데, 한자와 그 매력을 알고나니 사람들이 단어를 잘못 쓰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특히 '원래 한자어였는데 젊은 사람들이 변형시킨 단어'같은 종류를 보면 '한자를 알았다면 저렇게는 절대 안 썼을텐데'란 생각이 들어서 아쉽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한자를 모두 다 기본적으로 배워서 우리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한자를 몰랐던 때랑 알게 된 이후랑 우리말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 것 같아요.
덧. 사족입니다만, 한자는 찬성이어도 한문은 정말 배울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글자야 한글 단어에도 있으니까 유용하지만, 한문에선 중국문법이랑 한시 같은 거나 배우는데 그게 대체 왜 필요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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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F8 - Eyes On Me |
어제 노래방에서 갑자기 생각난 노래인 Eyes On Me 입니다.
1999년 일본에서 발표되었던 이 곡은 당시로서는 특이하게도 중국인 가수인 페이웡(王菲 / Faye Wong)씨가 불렀습니다. 발매된 후 큰 반향을 일으켜서 50만장이 팔리면서 일본골드디스크 대상도 받고 했던 유명한 곡입니다만, 이 곡이 추억의 곡인 것은 구스퀘어사에서 마찬가지로 99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발매했던 파이널 판타지 8의 엔딩곡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평가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파이널 판타지 8(이하 파판8)은 파판이란 게임 시리즈에서 정말 중요한 의미를 가졌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이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 된 큰 이유는, 시대를 초월한 높은 퀄리티의 3D 동영상 때문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아직 네모나고 각진 폴리곤 캐릭터들이 뛰어놀던 시대였는데 실제 사람과 같은 등신 비율의 미남미녀 캐릭터들이 나와서 (당시로서는) 매우 리얼하게 묘사된 것은 정말이니 충격적인 일이었고, '게임에서 이런 것이 가능하구나'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게해 준 거의 최초의 게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작인 파이널 판타지 7의 캐릭터
파이널 판타지 8
동년도의 다른 게임과도 비교해볼까 했지만 서로 연출하고자 했던 것이 근본적으로 틀리기 때문에 비교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어서 그건 패스하겠습니다.아무튼...
물론 위에서 보여드린 두 개의 이미지는 엄밀히 말하면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이긴 합니다. 전자는 게임에서 실재로 조작하는 캐릭터의 모습이고, 후자는 게임 진행 중에 삽입된 동영상 안에서'만' 나올 수 있는 퀄리티의 모습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말하는 건 그런 게 아니라, 그런 식으로라도 게임에 저런 '예쁘고 정교한' 캐릭터를 등장하게 했던 거의 최초의 게임이 파판8이었습니다.
동영상이 참 아름다웠던 게임으로 많은 이의 추억에 남았지만, 제 생각에 파판8에 사람들이 주목한 것은 스퀘어로서는 불행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파판8을 시작으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정상적인 게임이라기보단 '동영상 혹은 그래픽을 감상하기 위한 게임'으로 변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재로 파판8도 재미는 별로 없었습니다.
...뭔가 곡을 소개하려는 의도와는 다르게, 게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글이 되어버렸습니다만, 파판8은 그만큼 기억에 남는 게임이었습니다. 많은 게이머의 머릿속에 최초로 각인된 '아름다운 동영상'과 함께 했던 이 곡은 90년대 게이머들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곡에 대한 짧은 한 마디를 덧붙이자면, Eyes On Me는 파판8과 상관없이 가사도 가수도 정말 좋은 노래입니다:)
Eyes On Me
작사 : 소메야 카즈미(染谷和美)
작곡 : 우에마츠 노부오(植松伸夫)
노래 : 페이 웡(王菲)
Whenever sang my songs
on the stage, on my own
Whenever said my words
Wishing they would be heard
I saw you smiling at me
Was it real or just my fantasy
You'd always be there in the corner
of this tiny little bar
My last night here for you
Same old songs, just once more
My last night here with you?
Maybe yes, maybe no
I kind of liked it your way
How you shyly placed your eyes on me
Oh, did you ever know?
that I had mine on you
Darling, so there you are
With that look on your face
As if you're never hurt
As if you're never down
Shall I be the one for you
Who pinches you softly but sure
If frown is shown that
I will know that you are no dreamer
So let me come to you
Close as I wanted to be
Close enough for me
To feel your heart beating fast
And stay there as I whisper
How I loved your peaceful eyes on me
Did you ever know
that I had mine on you
Darling, so share with me
your love if you have enough
your tears if you're holding back
or pain if that's what it is
How can I let you know
I'm more than the dress and the voice
just reach me out then
you will know that you're not dreaming
Darling, so there you are
with that look on your face
As if you're never hurt
As if you're never down
Shall I be the one for you
Who pinches you softly but sure
If frown is shown that
I will know that you are no dreamer
덧. 오랜만에 파판8 영상을 보니까 느껴지는건데 파판8 히로인인 리노아와 파판10 히로인인 유우나는 이미지가 상당히 흡사하네요.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 상에서의 역할이나 강함과 약함이 어우러진 모습이 참 닮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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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er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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