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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상자


  list  admin  
술과 요리 : 요리에 넣은 술은 얼마나 가열해야 증발해서 사라질까?
 

많은 요리에 술이 사용된다. 한국 요리에서도 미림, 맛술과 같은 이름으로 조림, 찌개, 찜 등의 여러 레시피에 알코올이 들어간다. 이렇게 들어간 알코올은 얼마나 오랫동안 조리해야 사라질까? 의외로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1. 국물이 있는 요리에서 알코올이 증발하는 시간



꽤 많은 국물 요리나 찜에 미림이나 술이 들어간다. 고기를 재우는 양념에도 들어가며, 서양의 스튜에도 술은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그럼 이걸 얼마나 오래 끓여야 사라질까? 많은 분들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고 알고 계신다. 하지만 '알코올을 완전히 날리려면' 그것보다 훨씬 오래 끓여야 한다.

미국 위키피디아를 보면 아이다호 대학과 미국 농무부가 함께 연구한 자료가 있다.

방법잔여 알코올
15분 끓인다40%
35분 끓인다35%
1시간 6분 끓인다25%
1시간 36분 끓인다20%
2시간 끓인다10%
2시간 36분 끓인다5%

* 위키피디아에는 넣은 술의 양이 나와 있지 않은데, 예전에 국물 요리에 와인 1컵을 넣었을 때의 실험에 대해 읽었을 때에도 결과는 이것과 같았다. 어차피 비율 문제이고 알코올 비율이 줄어들 수록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 통용될 거라 본다.


결과를 보면 상당히 흥미롭다. 35분을 끓여도 무려 35%의 알코올이 남는다. 1시간 넘게 끓여도 25%의 알코올이 남는다. 심지어 2시간 반을 끓여도 5%가 남으니, 국물 음식에 알코올이 섞이면 완전히 날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은 거다.

그래서 외국의 많은 요리사나 요리연구가들이 만약 술이 많이 들어간 국물 요리를 먹게 될 경우 운전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음주 측정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한국 요리는 요리에 그 정도로 술을 많이 넣지는 않는다. 국물 있는 불고기가 제일 많은 편이 아닐까?

이렇듯 요리가 잠깐 끓는 것으로는 술이 별로 날아가지 않는다. 굉장히 오랫동안 끓여야 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술을 어느 정도 넣는 경우 최소한 1시간 가까이 끓이는 요리가 적절하다고 본다. 정식 레시피를 따른 스튜라면 2시간 이상 끓이는 게 맞다.




2. 국물이 없는 요리에서의 알코올

국물이 없는 요리라고 해 봐야 결국 구이나 조림, 볶음 계열인데, 요리 전체로 보면 보통 구이나 소스를 만들 때 술을 많이 넣는다. 디글레이징을 하기 위해서.

프라이팬에 고기를 굽다가 술을 넣고 불을 붙이는 플람베(Flambé)라는 기법이 있다. 흔히 플람베에서 술을 넣는 이유는 잡내를 날리기 위해서, 불을 붙이는 이유는 알코올을 날리기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는 어떨까?



방법잔여 알코올
플람베 한다75%


놀랍게도 불이 꺼진 이후 남아 있는 알코올 잔량은 무려 75%이다. 보통 40도 이상의 브랜디 종류를 넣으니, 이대로 고기를 먹으면 소주 1잔보다 많은 양의 알코올을 먹게 될 거라 대충 예상해볼 수 있다.

플람베를 하는 목적은 기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쇼이며, 그 외에 탄맛 등을 추가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요리의 맛만을 위해서는 안 하는 게 낫다는 요리사들이 더 많다. 중국 요리의 경우는 기법이 서양과 많이 달라서, 불맛을 입히기 위해서 재료를 불에 통과시키기도 한다.


아무튼 국물이 없는 요리에서도 알코올을 날리기는 상당히 힘들다. 건더기가 많아서 알코올이 스며들기 쉽고, 액체의 양이 적더라도 알코올만 먼저 싹 증발해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요리가 아래와 같은 식으로 요리를 한다.

(1) 국물 없는 요리에 술을 넣는다.
(2) 모든 액체가 완전히 사라지고 알코올 냄새도 사라질 때까지 가열한다.
(3) 그 이후 소스나 국물에 필요한 다른 액체를 넣고 요리한다.

특히 보드카처럼 알코올 냄새가 강한 술의 경우, 정말 바싹 조리해서 완전히 향을 날리라고 계속 경고한다. 이때 알코올 냄새를 다 날리지 않을 경우, 이후에 국물을 넣어 장시간 끓이더라도 냄새를 전부 없애기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펜네 알라 보드카 같은 요리가 이런 경우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때문에 술을 요리에 넣을 때는 제법 주의를 하고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얼마나 어떤 식으로 조리를 해야 할지, 혹은 이후에 운전을 하게 될지 같은 것들을 말이다.




3. 요리에 술을 왜 넣을까?

말이 나온 김에 몇 가지 팁이랄까 조리 원리를 이야기해보자. 왜 요리에 술을 넣을까? 흔히 술이 사용되는 이유를 '잡내를 잡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건 가장 중요하지 않은 이유이다.

(1) 알코올의 용해력을 이용하기 위해서
요리에 술을 넣는 가장 큰 이유는 재료의 성분을 알코올로 녹여내기 위해서이다. 에탄올은 우리가 요리에 넣을 수 있는 모든 것들 중, 가장 무언가를 잘 녹여낼 수 있는 성질을 가진 물질이다. 그래서 마늘이나 허브류같은 여러 양념이 들어간 소스에 술을 넣으면, 재료에서 향기 물질이 굉장히 잘 추출된다. 뿐만 아니라 꽤 많은 물질이 물에는 녹지 않는 지용성 물질들인데, 알코올은 이런 지용성 물질과 소스의 수분과의 결합을 도와준다.


마리네이드 액(液)에 들어간 알코올은
각종 재료와 향신료의 향을 녹여내고
지용성 성분과 수용성 성분이 함께 섞이게 한다.


참고로 고기를 구운 후 프라이팬에 달라붙은 퐁드(Fond)를 녹일 때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액체는 술인데, 물보다 술이 프라이팬에 붙은 성분을 더 잘 녹여내기 때문이다.



(2) 요리에 술의 맛을 더하기 위해서
술 연재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술을 만들면 발효가 빚어내는 특유의 맛과 향이 생긴다. 이 맛과 향은 요리에서도 매우 매력적인 요소이다. 술을 넣는다는 것은 실제로 요리에 술의 맛과 풍미를 넣는 목적이 있다.

와인이 더해주는 가장 주 된 맛은 신맛이다. 요리에 신맛이 적절히 들어가면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밸런스가 아주 좋아진다. 와인은 포도의 신맛을 담고 있기 때문에 요리나 소스에 산미를 더한다. 뿐만 아니라 레드와인의 경우 탄닌 등이 가지는 묵직한 바디감을 더해주고, 화이트 와인은 특유의 상큼한 향기를 더해준다.

한국과 일본 요리에는 청주가 많이 들어간다. 이 청주는 쌀이 가지고 있던 곡식의 맛과 여러 아미노산들, 그리고 특유의 향을 갖고 있다. 청주가 맛을 더해주진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의외로 향과 감칠맛을 더해준다. 가끔 청주 대신 (희석식) 소주를 쓰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다른 효과를 내고 냄새를 없애기 훨씬 힘드니 웬만하면 청주를 쓰자.

미림의 경우는 주로 단맛을 넣기 위해 사용한다. 설탕과의 차이점은 좋은 발효향과 더불어서 알코올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알코올의 용해력을 함께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청주+단맛이라고 보면 된다. 단지 당분이 많아서 쉽게 타니 청주와 용도를 분리해서 사용하자.



(3) 잡내를 제거하고 재료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
마지막 이유는 가장 흔히 알고 계시듯, 잡내를 잡기 위함이다. 술이 들어가서 여러 성분을 용해시킨 후, 알코올이 증발하면서 일부 잡내를 잡아서 같이 사라진다. 샤오싱주처럼 향이 강한 술은 잡내를 가려주기도 한다. 위의 두 가지에 비하면 그리 중요한 기능은 아니지만, 분명히 이 기능도 있다. 주로 동양 요리에서 사용된다.




4. 술을 넣으면 고기가 연해질까?

이것도 잘못 알려진 상식인데, 답은 '아니다'이다. 생고기는 알코올과 닿으면 단백질 변성을 일으키면서 오히려 딱딱해진다. 단지 위에서 말한 장점들이 매우 강력하고, 술을 엄청 많이 넣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리네이드를 할 때 소스에 술을 넣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적인 요리사를 포함한 꽤 많은 요리사들이 '절대로 고기 요리에는 술을 넣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건 요리의 방향성 문제로 정답은 없다. 조리 원리를 이해한 이후라면 요리는 요리사의 의도를 반영할 뿐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요리사는 고기와 술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5. 마치며...

개인적으로 요리를 정말 좋아하는데 홈페이지에서 아직 요리 이야기를 하진 않고 있다. 이번 글은 술과 관련되었기 때문에 쓴 기념비적인 첫 요리 관련 글이었다. 음... 본격적으로는 거의 처음이라고 해두자. 앞으로 요리 이야기를 올릴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여기 오시는 분들 중 관심있는 분은 거의 없을 것 같고, 아직은 계획이 없다.

결론은 요리에 술을 넣으면 완전히 없애는 것은 매우 힘들다.


2021-09-12 05:00:00 | [Comment(0)]




🥂 연재 - 술 이야기 09 ▶ 술이 가질 수 있는 최대 도수는 몇 도일까?
 

술에는 도수라는 게 있다. 술이 얼마나 센 술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써, 흔히 마시는 소주는 17도. 맥주는 5도 정도다.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이 도수가 뭔지 잘 모른다는 걸 알게 됐다. 오늘은 술의 도수가 무엇인지, 그리고 술이란 게 가질 수 있는 한계 도수가 몇 도인지를 이야기해 보겠다.




🍸 1. 도수의 의미 : 부피농도

도수는 한자로 度數라고 쓰는데, 도(度)는 측량 단위이고, 수(數)는 숫자라는 뜻이다. 여기서 도(度)는 굉장히 여러가지 단위로 쓰인다. 90도 100도 할 때의 각도, 0도 34도 100도 할 때의 온도의 단위도 전부 도(度)이다.

이게 술에서 쓰이면 술 안에 들어 있는 에탄올의 농도를 이야기하게 된다. 소주가 17도라는 뜻은, 소주 안에 있는 알코올의 비율의 전체의 17%라는 뜻이다. 이렇듯 도수는 절대적인 양이 아니라 비율을 나타낸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여기서 논란이 일어난다.

이유는 농도 비율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농도를 측정하는 기준의 문제인데, 전체 부피에서의 비율을 따지는 부피 농도, 전체 무게에서의 비율을 따지는 질량 농도 등등 꽤 다양하다. 문제는 술이란 건 알코올과 물 등 여러가지 물질이 혼합된 액체이고, 서로 다른 성분이 섞이면 분자 간의 성질 때문에 부피가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 있다. 물 50ml와 알코올 50ml를 섞으면 부피가 100ml가 안 나온다. 이것 때문에 간혹 물리/화학쪽 지식을 가진 분들은 술 도수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있다.



Alcohol By Volume
부피 농도(%)
위의 술은 700ml의 용량 중 40%인 280ml가 에탄올이다


그래서 결론을 말하면 술의 도수란 건 부피 농도이다. 영어로 ABV(Alcohol By Volume)라고 표기한다. 이것은 20°C의 온도에서 알코올 혼합물에 포함된 순 알코올의 부피를 측정한 것이며, 기호는 %Vol.이다.

간단히 말해, 17도의 도수를 가진 술이 있다면, 100ml의 술에 17ml의 알코올이 들어 있다는 이야기다. 알코올 도수의 기준을 가지고 논쟁을 벌이는 걸 처음 들었을 때 참 재미있었다. 이런 걸로도 논쟁이 가능하다니 하면서 말이다. (비꼬는 게 아니다)

참고로 ABV 이외에도 프루프(Proof) 등의 단위도 있지만, 한국에선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략하겠다.




🍸 2. 발효주가 가질 수 있는 한계 도수

그러면 술이 가질 수 있는 최대 도수는 몇 도일까? 예전에 본 판타지 소설에서, 주인공이 포도로 와인을 아주 '잘' 만들어서, 50도짜리 와인을 만들어내는 장면을 읽은 적이 있다. 참 실망스러웠다. 작가는 자기가 쓰는 소재에 대해서는 공부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와인이나 맥주, 막걸리 같은 발효주가 가질 수 있는 최대 도수는 20도 미만이다. 대략 16~19도 정도가 한계 도수라고 보면 된다. 이유는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효모도 생물인지라, 도수가 20도쯤 되어가면 생존하지 못하고 활동을 중지하거나 죽기 때문이다.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당사자가 죽었으니, 도수가 더 높아질 수가 없다.

그래서 보통 발효주는 잘 만들어도 10~14도 정도의 도수를 갖는다. 와인이나 프리미엄 막걸리를 보면 딱 저 정도 도수가 나온다. 이미 15도 근처만 되어도 효모는 활동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조과정을 과학적으로 관리해서 술을 정말 잘 만들면 19도까지도 가능하다. 거기까지가 한계다.



벨기에의 맥주, 로슈포르 10
알코올 도수 11.3도





🍸 3. 증류주가 가질 수 있는 한계 도수

증류주란 발효주를 증류해서 성분을 농축시킨 술이다. 이를 통해서 20도의 벽을 넘어설 수 있다. 그럼 한계 도수는 몇 도일까? 이건 사실 애매하다.



위스키, 럼, 브랜디, 바이주, 소주 등등은
모두 증류주이다.


잠깐 판타지 소설 얘기를 하자면, 주인공이 200도짜리 독한 술을 마시는 장면이 나오는 걸 본 적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도수는 비율이다. 100%가 한계라는 거다. 100도라는 건 100% 알코올이란 뜻이고, 당연히 도수가 100이란 수치보다 높아지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튼 도수라는 숫자가 표기할 수 있는 건 100이 한계이긴 한데, 100도라는 건 100% 알코올이란 뜻이며, 이건 술이 아니다. 문제는 100에 가까워질 수록 알코올 이외의 '술을 술로 만들어주는 물질들'이 줄어든다. 그러다보니 100도에 가까워진 어느 시점부터는 술이 아닌 알코올로 봐야 하는데, 이 기준이 꽤 애매하다는 거다. 왜냐하면 인간은 저렇게 높은 도수의 술을 마시지 않으니까.

꽤 많은 나라에서 주정(酒精 : 식용 에탄올)의 기준을 알코올 농도 95% 이상으로 본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95%가 넘으면 술이 아닌 알코올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참고로 기술적으로 100%의 순수 물질을 뽑아내는 건 매우 힘들고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알코올 생산을 100%에 맞춰서 하지 않는다. 95%는 그런 기준에서 나온 것이다. (금을 봐도 24k가 100%가 아닌 순도 99.99%인 게 순수 물질을 뽑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 주세법의 주정의 기준.


문제는 그럼 도수 94%는 (사람이 마실 수 있는) 술일까? 95%부터를 알코올로 보는데 1% 차이로 사람이 술이다 술이 아니다라고 느낄 수 있을까? 잠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수의 증류주를 살펴보자.

1위 : 스피리터스 보드카(Spirytus Vodka) / 도수 96% / 주종 : 보드카
2위 : 에버클리어 190(Everclear 190) / 도수 95% / 주종 : 곡물 알코올
3위 : 골든 그레인 190(Golden Grain 190) / 도수 95% / 주종 : 곡물 알코올
4위 : 브뤼클라딕 X4(Bruichladdich X4 Quadrupled Whiskey) / 도수 92% / 주종 : 위스키
5위 : 합스부르크 압생트 X.C(Hapsburg Absinthe X.C) / 도수 89.9% / 주종 : 압생트
(* 목록에 약간의 오류는 존재할 수 있으나 거의 맞음.)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도수가 95%인 2위와 3위를 보면 스스로 술이라고 부르지 않고 '곡물로 만든 알코올(grain alcohol)'이라고 부른다. 이건 아마도 자기들 스스로 술로써 마실 수 없거나, 혹은 술의 풍미가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다. 2위와 3위는 용도가 칵테일을 만들 때 넣을 수 있는 식용 알코올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독한 술로 이름이 알려진 스피리터스는 스스로 보드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보드카가 무색무미무취란 타이틀과 함께 맛과 향을 그리 따지지 않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말한 것이라 판단된다. 뭐랄까 그냥 세계 1위 타이틀이 갖고 싶었던 게 아닐까? 2위와 3위의 주종(酒種)에서 판단하건데, 96% 보드카는 술이라고 할 수 없을 거라 생각된다.



스피리터스 95도
현재는 96도가 안 나온다는 것 같기도 하다


이건 4위와 5위를 보면 더 명확해진다. 4위는 92도인데 스스로를 '위스키'라고 칭했다. 즉 마셔보면 위스키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단 얘기다. 5위는 89.9도인데 압생트라고 칭했다. 도수도 3위까진 95도로 주정의 기준 도수인 것에 비해서, 4위는 갑자기 3도나 떨어졌다. 전세계 주류회사가 '가장 독한 술' 타이틀로 나름 경쟁을 하는데도 94도나 93도가 아닌 92도가 된 것이다.

이것으로 볼 때, 아마도 술이 나름의 개성을 어필할 수 있는 한계 도수는 약 90도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다고 이런 도수의 술을 마시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다. 위의 주세법사진을 보면 95% 이상은 '주정', 85~90%는 '곡물주정'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90% 아래에서는 곡물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다. (다른 말로는 95% 이상은 순수 알코올로 본다는 거다)

참고로 필자가 마셔본 가장 강한 술은 60도 초반이었고, 그걸 마시고 생각한 게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는 맛의 응축도는 50도 초중반이 적당하단 감상이었다. 중국의 바이주가 괜히 평균 53도인 게 아닌 것이다.

왜 증류를 할까?

증류를 하는 이유가 도수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일부만 맞는 말이다. 증류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도수 때문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술의 맛이란 측면에서 더 중요한 이유는 맛의 응축이다.

요리할 때 국물을 졸여서 양이 줄어들면 맛이 진해진다. 수분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증류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에 술을 만드는 이유는 발효가 낳는 맛과 향 때문이라 말했다. 증류를 하면 알코올 뿐 아니라, 이 발효향이 농축되면서 압축된다. 그래서 발효주가 담을 수 없는 진한 맛과 향이 생겨난다. 위에서 60도의 술이 맛이 너무 응축되었다고 말한 건, 요리로 말하면 너무 맛이 진하거나 짜졌다는 말이었다.

사실 과거에는 냉장고가 없었기 때문에 높은 도수는 보존의 의미도 매우 컸다. 현대에도 20도 초반을 넘지 못하는 생주(生酒)는 반드시 냉장 운송을 해야하기 때문에 불편한 점도 많다.





🍸 4. 결론

알코올 도수라는 건 술의 전체 부피(Volume)에서 알코올의 비율이 몇 %인지를 나타낸다.

발효주의 한계 도수는 20도 미만이며, 증류주의 한계 도수는 약 90도 근처라 추정된다.

이렇게 보면 사실 희석식 소주의 도수인 17도는 술 중에선 꽤 낮은 편인 거다. 도수로는 증류주의 축에도 끼기 애매한 수준으로 말이다. 그런데도 독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알코올 자체의 맛이 너무 부각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애초에 물이랑 에탄올을 섞어서 만든 술이니까. 참고로 제대로 만든 술은 50도가 되어도 알코올 냄새가 그리 역하게 나지 않는다. 필자가 희석식 소주라면 치를 떨지만 바이주는 매우 좋아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아무튼 도수에 대해서 간단히 다루었다. 이번 글에 이어서 다음에는 높은 도수의 맥주인 아이스 복에 대해 말하고 싶긴 한데, 바로 다음이 될지 좀 나중이 될지는 생각해 봐야겠다.




부록 1 : 알코올은 술에만 들어 있을까?

인간이 알코올을 좋아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그런데 진화론의 관점으로 보면 과일을 좋아했기 때문에 알코올을 좋아하게 됐다는 설이 등장한다.

이유는 과일이 익으면 자연스럽게 안에 에탄올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익은 과일을 먹을 때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알코올을 섭취하게 된다. 사실은 아이들도 어렸을 때부터 알코올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통 먹는 과일에 함유된 알코올은 약 0.6%이다.

참고로 완숙되거나 혹은 거의 썩을 정도로 완전히 숙성되면 최대 4.5%까지도 알코올을 함유하게 되니 거의 맥주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먹는 과일은 이 수준까지 안 가니 안심하라. 특수한 과일의 종류나 여러가지 조건이 붙어야 저렇게 된다.



이렇다 보니 과일을 먹는 많은 생물은 에탄올에 민감하게 진화를 했다. 과일을 먹는 수많은 곤충 종류는 과일의 향이 아닌 에탄올의 향을 맡고서 익은 과일을 찾아낸다. 알코올이 높은 과일이 잘 익은 맛있는 과일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조상 또한 나무 위에서 벌레나 과일을 주식으로 삼았을 거라 예상하기 때문에, 이런 성질을 물려받았을 거란 학설인 것이다.

아무튼 우리가 평소에 먹는 과일에도 알코올이 들어 있다. 지나가는 상식이었다.



부록 2 : 과거에는 높은 도수의 술을 만들지 못했다

발효주의 도수가 20도가 한계이지만, 과거에는 이 정도 높은 도수로 발효주를 만들지 못했다. 이유는 발효의 원리를 알지도 못했고, 위생 관리 등의 환경 통제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데 이것도 잘 몰랐기 때문이다.

삼국지를 보면 장비가 술을 물 마시듯 마신다. 주선(酒仙)이라 불린 시인 이택백도 그랬다. 수호지나 여러 (고증된) 무협물을 봐도 마찬가지이다. 이 시대에는 술의 평균 도수가 5도 이하였을 거라 추정한다. 양조법이 아직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증류주는 1000년 이상 뒤에야 등장하게 된다.


그래서 과거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술은 지금 생각하는 술과 완전히 다르다. 장비가 술을 항아리채로 마실 수 있었던 건 도수가 그만큼 낮았기 때문이다. 술의 도수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시대가 흐르면서 점차 높아져 온 것이다.


2021-09-06 06:02:40 | [Comment(0)]




모기가 정말 많네요
 

한창 더울 때는 모기가 없더니 여름이 끝나간다 싶으니까 모기가 엄청나게 많네요. 너무 더우면 없는 건지, 그때 물 웅덩이가 적어서 번식을 못한 건지... 보통 비온 직후에는 모기가 며칠 없다가 그 이후에는 폭발적으로 번식해서 많아지는 게 딱 지금 시기이긴 합니다만... 정말 이번 여름 최대의 숫자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모기를 동작센서나 음향센서로 감지해서 레이저 광선을 쏴서 태워 죽이는 기계가 꽤 오래 전에 만들어졌는데, 일반인 대상이 아니라 아프리카쪽에 말라리아 지원 대책 등으로만 사용하는 게 아쉽군요. 웬만한 가격이면 하나쯤 사서 방에 두고 싶습니다 정말.


2021-09-03 01:10:04 | [Commen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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