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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서 나온 비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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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오래된 CD 이야기에 이어서 오늘은 같이 발견했던 비디오 테이프에 대한 기록입니다. 별 건 없습니다만...
오랜 세월이랄까 다이나믹했던 10대라는 시간에서 살아남은 옛 비디오들입니다. 기록 이외의 의미는 사실상 없습니다.
대부분 TV에서 녹화했던 것들이네요. 사이버포뮬러 한국 TV 방영판... 생각해 보면 꽤 레어할지도?-_-;; 소년 기사 라무, 켄신, 밥 로스의 그림을 그립시다, 그 외의 몇몇 영화들...
엘프 사냥꾼, 웨딩피치, 네티, 라무... 찍찍 그어진 줄은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어느 집에나 있는 청소년기의 투쟁의 흔적이죠. 저런 시절이 있었죠...
그러고 보니 비디오의 저 플라스틱 네모를 부러트린 것과 아닌 것이 보이네요. 저희 세대는 다들 저건 기억할 것 같습니다. 쓰기 방지 ㅎㅎ 부러트렸다가도 나중엔 테이프로 붙여서 저렇게 썼었죠.
동네 게임샵에서 샀던 슬레이어즈 극장판 복사 비디오. 일본 문화 수입 금지였던 시절이라 저 시절엔 밀수품 말고는 정품이 없었습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경제 격차도 워낙 예전엔 심했어서 밀수 정품은 눈 돌아갈 만큼 비쌌고요. 복사 비디오를 저 정도로 예쁘게 포장해서 파는 것이 오히려 더 놀라운 수준이랄까요. 저 땐 그래도 저런 맛이 있었죠.
하지만 아쉽게도 내용물은 그리 예쁘게 꾸며지진 않았습니다. 뭐 어차피 비디오 테이프를 예쁘게 꾸며 봐야 프린트 된 레이블 정도 붙이는 수준이었겠지만요.
그 많던 비디오 테이프들 중 살아남은 건 고작 저것 밖에 안 되네요. 참 아쉬운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요술 소녀가 살아남아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 같지만 없네요... 아 요술 소녀... 제발 블루레이로 재판 좀... 일본에서조차 예전 VHS 버전 말고는 없더군요ㅠㅠ
솔직히 저것들 중 일부는 데이터가 날아갔을 수도 있고, 애초에 재생할 수 있는 플레이어 자체가 없습니다만, 지금까지 살면서 알게 된 건 플레이어는 언제든 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소프트웨어를 보존하는 게 더 어렵죠.
부록으로 비디오는 아니지만 살아남은 몇 안 되는 VCD 중 하나.
예전엔 VCD(비디오 CD)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DVD와 비디오 테이프 사이의 과도기적 물건이었죠. 환상 게임이 애니메이션으로 좀 더 잘 나왔다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죠. 팬으로서 늘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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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CD와 수명에 대한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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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CD 자체를 분석한다기보다는 경험을 기록하는 수준의 글입니다.
과거에 자기 테이프를 사용하다가 CD가 처음 나왔을 때, CD는 아주 오랫동안 인간의 인생보다도 훨씬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매체로 홍보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비디오 테이프나 카세트 테이프 같은 자기 테이프는 자성을 이용해서 기록하는 방식으로 수명이 수십 년 정도로 짧습니다. 대략 10~20년 정도가 지나면 열화가 시작된다고 이야기하죠. 많이 사용하면 테이프 자체가 늘어나거나 쉽게 손상되기도 하고요.
그에 비해 CD는 작고 단단하고 오래 가고, 스크래치가 가지 않는 한 자기테이프만큼 약하지도 않기 때문에 미래를 바꿀 차세대 저장 매체로 크게 홍보 되었습니다. 실제로 미래를 바꿨고요.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Compact_disc
Diagram of CD layers by Pbroks13, CC BY-SA 3.0
CD는 프린트가 되는 제일 윗층부터 산화방지층, 반사층, 폴리카보네이트층이 겹쳐 있습니다.
레이저로 요철을 만들어서 내부의 면에 디지털 정보를 새기고 읽어내는 방식입니다.
저도 어릴 적엔 CD가 천년만년 간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일본에 있을 때 방문했던 가전기기 숍에서 CD의 수명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고 깨달음을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론적으로 수명이 오래 갈 수는 있지만, 실제로 CD가 만들어지고 몇십 년 이상 보관된 적은 없다는 거였죠. 아직 기술 자체가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요. 당장 10년 후에도 CD가 그대로 보관이 될지조차 모른다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그리고 약 20년이 지난 올해에 그동안 쌓였던 CD를 모두 정리했습니다. 대략 1000장이 훨씬 넘는 양이었고, 하나하나 내용을 보면서 거의 대부분을 파기했죠.
제가 과거에 백업이나 자료 보존용으로 썼었던 CD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That's CD-R이라는 제품이었고, 다른 하나는 KODAK GOLD였습니다. 둘 다 프리미엄급으로 품질과 수명이 매우 좋다고 광고하던 제품이었죠.
이 둘을 가장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15~25년이 지난 올해(2023), 그 품질과 수명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거의 대부분의 CD는 그대로 잘 보존이 되었습니다. 위의 두 제품만이 아니라 그냥 케이스 없이 판매하는 싸구려 공CD들조차도 대부분 데이터가 잘 살아 있더군요.
문제는 오히려 프리미엄급이라고 광고를 하던 위의 코닥 골드에서 발생했습니다.
변질된 코닥 골드 CD. 수십 장 중 2장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위쪽 사진에 프린트 되어 있는 것처럼 검은 줄과 글씨가 프린트 되어 있었습니다.
상현달처럼 된 무늬는 그림자가 아니라 변색입니다.
케이스에 넣어서 건드리지 않고 보관했습니다만, 위쪽의 프린트 면의 색이 다 바래서 날아가고 금색 자체도 변색이 되었더군요. 아마도 산소와 습기 같은 것과 화학적으로 반응한 것이겠죠.
그래도 '금'을 광고하면서 장기 보관과 안정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제품이 코닥인데, 정작 제대로 CD가 변질되어 자료가 날아간 것도 코닥이라니 의외였습니다.
이론적으로 수명이 얼마다...라고 보는 것과 실제로 보관해서 보는 건 아무튼 차이가 있습니다. 경험면에서 20년까지는 대부분 보존이 되지만 날아가는 것도 생긴다는 게 이번 정리의 결과네요. 아, 요즘은 CD의 수명도 이론적으로 보통 10~20년 정도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보면 결국 DVD도 20년이 지난 즈음부터는 날아갈 확률이 높겠어요. 평생 보관은 불가능하겠고요. 구입해둔 영화/애니메이션 DVD의 수명이 짧게 정해져 있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아마 블루레이도 그렇겠죠.
참고로 하드 디스크(HDD)도 자기 디스크라서 수명이 있습니다. 이번에 정리하면서 하드 15개 중에서 1개가 데이터가 날아갔는데, 그 1개가 상대적으로 중요한 하드였어서 아쉬움이 있더군요. 하드 디스크의 경우 물리적 충격을 주거나 전원 공급 없이 방치하면 데이터가 날아갈 수 있습니다. 저도 알고는 있었는데 한 10년 지나니까 관리를 잘 안 하게 되더군요.
USB 같은 플래쉬 드라이브 역시 수명이 있고요. 아이러니한 게 사용을 해도 손상이 되고, 사용을 하지 않아도 손상이 됩니다. 일단 오래 전원 공급이 안 되는 건 확실히 안 좋으니 가끔 한 번씩 컴퓨터에 꼽아주는 게 좋긴 해요.
아무튼 오늘의 게시물은 CD에 대해 이론적으로 들여다 보는 게 아니라, 20년 지난 CD에 대한 기록입니다. 실제로 CD가 이렇게 되는 건 눈으로 처음 봤네요. 앞으로 남은 CD도 이렇게 되겠죠. 백업에 대해서 좀 더 궁리하고 신경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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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기만 한 게 아닌 시키모리 양 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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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기만 한 게 아닌 시키모리 양이 20권으로 완결되었습니다.
벌써 완결이라니...
이 만화는 운이 없어서 자잘한 사고를 달고 다니는 남주인공 이즈미와, 그런 이즈미를 지켜주는 멋있지만 귀엽고 싶은 여주인공 시키모리의 고등학교 청춘 학원 연애물입니다.
초반 컨셉은 시키모리가 귀염귀염한 이미지를 추구하지만, 위기의 순간 분위기가 반전되며 주인공을 지켜주는 기사로 변신하는 패턴의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늑대 여주인공과 토끼 남주인공 구도랄까요.
처음엔 패턴의 반복으로 진행되지만, 뒤로 가면서 토끼의 하극상(...)에 늑대가 당하는 구도로 바뀌기도 하고, 결국은 풋풋한 연애와 고등학교 3년 간의 학창 생활 성장기로 바뀝니다.
개인적으로 도입부에선 그렇게 재밌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나름의 재미를 괜찮은 패턴으로 표현하고, 귀여운 학원물의 느낌도 살렸다 정도였죠. '그냥저냥 볼 만하다'랄까요.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며 나오는 주인공과 친구들의 성장 이야기에 어느샌가 빠져들었네요. 만화 자체도 계속 발전해서, 초반과 후반을 비교하면 그림과 이야기 둘 다 꽤나 차이가 납니다.
20권이 완결일 줄 몰랐는데 분위기가 끝을 향해 가는 걸 보고서, 완결 시키지 말고 대학교 이야기도 진행해 달라고 속으로 외쳤습니다. 결론은 20권 완결이었지만... 조금이나마 후일담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작가 분이 남성인데 초기엔 소년 만화에 좀 더 가깝고, 뒤로 가면서 좀 더 순정 만화에 가까워 집니다. 전반적으로 남성향도 여성향도 아닌 중간 정도의 포지션이 되고요. 장단점이 있는데 만화가 진행되며 작가 분의 역량이 많이 느셨기에 나중에는 참 좋았습니다. 특히 뒷부분에서 성장한 남주인공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네요.
언젠가 '어릴 적에 왜 일본 만화를 그렇게 좋아했을까'란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저는 만화에 인간이 지향하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좋았던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삶이 지향해야 할 모습이나, 인간 관계에서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모습들이 만화에서는 참 예쁘게 그려지니까요.
'귀엽기만 한 게 아닌 시키모리 양'도 10대 학원물의 일상이면서도 아름답고 풋풋한 부분을 잘 담은 것 같습니다.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작가 분의 데뷔 후 두 번째 작품이고, 제대로 성공한 첫 번째 작품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포텐이 터져서 20권에 가서는 나이를 먹은 독자임에도 푹 빠져서 봤습니다. 예쁘고 귀여운 이야기 잘 읽었네요.
이 만화는 대학 생활로 가도 재밌었을 텐데 정말 아쉽네요. 몇 년 동안 재밌게 잘 읽었고, 20권 완결이라 너무 아쉬웠습니다.
제목 : 귀엽기만 한 게 아닌 시키모리 양 / 可愛いだけじゃない式守さん
권수 : 전 20권
기간 : 2020.08. ~ 2023.06. / 2019.02.02~2023.02.18.
작가 : 마키 케이고 / 真木蛍五
출판 : 서울문화사 / 講談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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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 1.45
by Aiers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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