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제가 일본 음악을 처음 듣기 시작한 게 1996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globe가 데뷔한 해가 1995년입니다. 거의 글로브의 데뷔 시기랑 제가 일본 노래를 듣기 시작한 시기가 비슷하죠. 그래서 제가 가장 초기에 샀던 앨범 중 하나가 globe의 데뷔 앨범이었습니다. 그냥 아무거나 눈에 보이는 걸 샀는데 그게 globe였던 거였죠.
처음 산 일본 가수 앨범일 수도 있고, 두 번째나 세 번째로 산 앨범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거의 처음이었죠.
오랜만에 옛 앨범을 꺼내서 위의 사진을 찍었는데 재미있게도, 저 앨범은 대만산 SM CD가 아니었네요. 당시 우리나라엔 일본 음악이 대만제 SM CD라는 이름으로 들어와서 (아마도) 장당 5천 원 정도에 팔렸었는데, 저건 그도 아니고 그냥 복사 CD였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CD에 프린트 된 글자는 giobe ㅎㅎ
나중에 창고 어딘가에 있을 일본산 정품 CD 사진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초기에 들었던 가수들이 L'Arc〜en〜Ciel이라든가 DEEN이라든가 아무로 나미에라든가 여럿 있었습니다만, 10대에 가장 좋아했고 계속 들었던 가수는 globe였습니다.
20대에는 B'z를 좋아했죠. 그 후로는 특정 가수에 그렇게까지 빠지진 않았고요. 굳이 말하면 요즘의 KOKIA 정도랄까요? 한국 가수들도 좋아했고요. 이적, 김동률, 전람회, 카니발, NEXT...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고서 지금, 이 곡을 오랜만에 듣고서 확신했는데, 제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좋아했던 음악은 globe였습니다. globe의 음악이 뭐랄까... 제 영혼과 가장 잘 맞는 느낌이랄까요? 사실 전 가사가 좋은 곡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globe는 딱히 그렇진 않았다는 게 의외입니다. 그냥 음악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뭐 그런 이유에서 요즘 globe 노래 가사를 소개하는 중입니다. 그동안 소개하지 않았던 건 음악성이 뭐랄까 대중가요에서 약간 벗어나 있단 느낌이라 그랬고요. 이제 와서 하는 건 딱히 새 가수를 듣지도 않고, 추억의 정리란 면도 있고요.
OVER THE RAINBOW는 globe의 노래 치고는 꽤 드물게도 행복한(?) 가사입니다. 대개는 흔들리는 10대 소녀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데뷔 7년 차라 그런지 행복해요. 가사도 참 좋아합니다.
영상은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처음 봤는데, 멤버들 모두가 특히 케이코씨가 행복하게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았습니다. 보는 것만으로 행복해지네요. 이래저래 사연이 많았지만 셋 다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케이코씨 행복하세요. 10년도 더 전부터 멀리서나마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OVER THE RAINBOW
작사 : 코무로 테츠야/ 랩 가사 : MARC
작곡/편곡 : 코무로 테츠야
노래 : globe
지난 연재에서 성의 중심부이자 성주(城主)의 거주지를 언덕 위의 탑인 킵(keep) 혹은 돈존(donjon)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저층부의 한 층을 거의 다 차지하는 큰 홀(hall)에서 생활을 했는데, 훗날 홀이 여러 개 생기면서 가장 큰 홀을 그레이트 홀(Great hall)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편의상 이 글에서는 홀의 개수에 상관없이 메인 홀을 그레이트 홀이라고 부르겠다.
초기 성의 구조는 굉장히 단순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모트 앤 베일리에서 언덕 위에 있는 목조탑은 애초에 그렇게 큰 탑이 아니었고, 방이 여럿 있기도 힘들었다. 시간이 한참 흐르기 전까지는 성의 침실은 기본적으로 1개였으며, 홀이 곧 침실이자 생활 공간이자 정치와 사교의 장소이자 식당이었다.
여기엔 [중세의 가족 (1) : 가족제도의 변화와 방랑 기사]에서 이야기했듯, 유럽의 가족이 핵가족화되고, 친척과 가신이 떠나간 상황도 기여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하인과 신하와 병사를 제외하면) 부모와 어린 자식들끼리만 사는 구조였기 때문에 작은 탑에서 영주 가족이 모두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Motte-and-bailey_castle
Reconstructed wooden keep at Saint-Sylvain-d'Anjou, France by Julien CHATELAIN, CC BY-SA 3.0
복원된 초기 프랑스 성의 목조 탑(donjon).
영주의 거주지다.
가장 초기의 성에 대한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약간 시간이 더 지났을 때의 (비교적) 초기 성의 구조는, 1층은 저장고, 2층은 홀(거주지), 3층은 자녀들의 방으로 남자방과 여자방이 있어서 아들 딸들이 각각 공동생활을 했다고 여겨진다. 물론 개개의 성을 보면 각자의 특색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이 구조를 따랐다는 건 아니다.
2. 그레이트 홀과 게르만 족
결국 성의 중심 공간은 중앙의 탑인 킵(keep)이었고, 킵의 중심 공간은 그레이트 홀(Great Hall)이었다.
초기 성에서는 그레이트 홀에서 주인 가족과 하인들이 모두 함께 먹고 자고 생활했다고 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구조가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느 정도 나뉘었을 때에도, 그레이트 홀은 여전히 주인 부부의 침실이자 동시에 식당이자 다목적 공간이었다.
그레이트 홀은 로마 시대까지는 유럽에서 볼 수 없던 상당히 특이한 공간인데, 그 기원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프랑크 왕국 초기부터 게르만 족 거주지엔 홀(hall)이 존재했다. 여기서 잠시 게르만 족의 미드 홀(mead hall)을 살펴 보자.
(2-1) 미드 홀(mead hall)
게르만 부족 사회에는 오늘날 미드 홀(mead hall)이라고 부르는 건물이 있었다. 미드(mead)는 유럽의 벌꿀주를 말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널리 마셨던 술이지만 바이킹을 비롯한 게르만족이 좋아했던 술로도 매우 유명하다.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Mead_hall
A reconstructed Viking Age longhouse (28.5 metres long) in Denmark, by Malene Thyssen, CC BY-SA 3.0
오늘날 미드 홀이란 이름을 붙여서 부르는 것처럼 술을 마시는 공간이기도 했는데, 게르만 족장들이 재판, 회의, 정치와 사교의 장소로 이용한 다목적 공간이었다. 물론 로마나 다른 지역에도 사교의 장으로 쓰인 장소가 있었지만, 미드 홀처럼 다양한 목적으로 중요하게 사용되면서 심지어 잠까지 함께 자던 장소는 없었다고 한다.
게르만족이 유럽으로 이주하고 정착한 후 프랑크 왕국 시대가 되었을 때, 게르만 귀족은 로마에서 이어받은 '빌라(villa)'에 살았다. 이것은 로마의 문화와 기술을 추종하던 당시 유럽의 풍조를 그대로 따른 것이었다.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Roman_villa
Roman Villa Rustica Model. Found a few remnants of these villas in the vicinity of Valjevo, by Boksi, CC BY 3.0
로마의 빌라.
하지만 게르만 족이 살았던 빌라에는 로마식의 홀인 아트리움(Atrium)이 아니라 게르만족의 미드 홀(mead hall)이 있었다고 한다. 여전히 부족 사회일 때와 같은 기능을 했다.
수백 년 후 중세 유럽식 성이 등장했을 때, 성에는 그레이트 홀이란 다목적 공간이 있었다. 그레이트 홀이 미드 홀의 후신이라는 학문적 증거는 없다고 하지만, 게르만 특유의 문화가 이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다.
(2-2) 그레이트 홀(Great hall)
아무튼 유럽의 성은 초기부터 홀이 있었고, 모두가 홀에서 같이 생활했다. 하인들까지도 한 공간에서 잔 것은 단순히 공간만의 문제라기보다는, 난방 시스템의 부재와 게르만 사회의 전통 등의 이유들이 합쳐진 것이었을 것이다. 홀에서 영주는 업무를 보고 신사들과 회의를 하고 식사를 하고 잠을 잤다. 사교 행사와 연회도 열렸다.
공간은 상황에 따라서 임시로 구획이 나뉘거나 조립식 가구가 설치되었다가 해체되는 것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했다. 예를 들어 식사 시간에는 조립식 테이블을 설치하고 식사를 한 뒤, 다시 테이블을 해체하는 식이었다.
매우 번거로울 것 같지만 [떠돌아 다니던 중세의 왕]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중세 초의 귀족은 주거지를 계속해서 옮기는 생활을 했기 때문에, 주요 가구의 조립/분해와 운반은 상당히 일상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가장 안쪽에는 침대가 있었고 커튼과 칸막이 등으로 공간이 나뉘었다. 영주 부부가 앉는 상석 또한 있었다. 그 앞으로 신하들을 위한 자리가 설치되곤 했다. 곳곳에 바람을 막고 홀을 꾸미기 위한 장식 천이 걸려 있었고, 바닥에는 지푸라기를 중심으로 꽃과 허브가 깔려 있었다.
3. 프라이버시와 개인 공간
(3-1) 벽난로와 굴뚝
초기 성은 영주 부부조차 공동 생활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시대가 안정되고, 신기술이 발명되고, (본래 단순한 전사에 가까웠던) 귀족과 하인의 격차 또한 심해졌다. 부가 축적되고 예의범절이 복잡해져 가며, 우리가 아는 '유럽 귀족'에 가깝게 서서히 변해갔다.
성도 함께 변해갔다. 사실 정말 초기의 성은 그레이트 홀이 1층에 많이 있었다고 한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난방이다.
성이 처음 보급되어 가던 10~11세기만 해도 유럽엔 벽난로란 개념이 없었다. 왜냐하면 굴뚝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르만 전통 사회부터 성의 극초기까지, 난방은 방의 한 가운데에 불을 피우는 게 전부였다. 왕부터 농민까지 모두 그랬으며, (특히 겨울에) 잘 때는 모두 불을 피운 방에서 모여서 잤다. 연기는 천장 한 가운데에 뚫린 배기구로 빠져나갔다.
그런 중에 성이란 구조물이 생기고 복층 구조가 발달하면서, 12세기 즈음 굴뚝과 벽난로가 발명되었다. 2층 이상 층의 난방, 특히 그레이트 홀이 2층으로 가면서 중앙의 불이 벽쪽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벽난로와 굴뚝이 탄생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2층의 바닥은 나무이기 때문에 불을 중앙에서 피우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벽으로 옮겨간 불과 굴뚝.
벽난로는 단순히 불의 앞만을 따뜻하게 데워준 것이 아니었다. 석벽(石壁) 자체를 데워서 불이 약해지거나 꺼지더라도 온기가 지속되었고, 벽난로가 있는 벽의 반대편 방 역시 간접적으로 데워지면서 성 전체의 난방이 충실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렇게 벽난로가 보급되고 영주들이 부유해지고 기술력이 올라가고 귀족 의식이 높아지면서 그레이트 홀에서 개인 공간이 분리되어 나가기 시작했다.
(3-2) 홀과 개인 공간의 분리
12~13세기를 거치면서 중세의 성에는 벽난로가 보급되었고, 일련의 과정에서 프라이버시가 중시되면서 [중세의 가구, 그리고 집사와 마구간지기]에서 말했던 것처럼, 주인 가족과 하인들의 생활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성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복잡해져갔다.
먼저 영주 부부의 침실이 독립된 방으로 떨어져 나왔다. 그레이트 홀에서 칸이 영구적으로 분리되는 경우도 있었고, 아예 윗층으로 올라가서 다른 공간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분리된 영주 부부의 침실을 솔라(Solar)라고 불렀는데, 나중엔 모든 개인 방을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가족 개개인을 위한 작은 방 역시 등장했다. 오리엘(Oriel) 같은 구조의 방이 그것인데, 벽난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본래 성에는 침실이 단 한 개만이 있었지만, 이렇게 복수의 침실이 생기고 여러 부가적인 기능을 가진 작은 방들도 생겨났다. 심지어 부부의 방도 분리되어 남편의 침실과 아내의 침실이 따로 생겨났다. 14~15세기가 되면 손님의 침실이나 대기실 등도 생겨났다.
14세기 말, 므엥 쉬르 예브르 성의 모습.
그렇게 주거와 공무와 정치와 사교를 모두 함께 하던 그레이트 홀에서 개인의 공간이 분리되어 나왔다. 성은 꾸준히 증축되고 개축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남은 어떤 성이 초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확률은 상당히 낮다).
개인 공간이 분리되면서 그레이트 홀 역시 별개의 공간에 지어지기도 했다. 사실 이건 지역적인 특색도 큰데, 프랑스의 경우 주로 탑의 2층에 그레이트 홀을 만든 것에 비해, 영국의 경우 독립된 건물에 그레이트 홀을 만드는 문화였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2층에 홀을 만든 것은 귀족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비귀족층의 주거지에 있는 홀은 1층에 있어야 했다.
4. 홀 이외의 공간들
재미있게도 중세 유럽의 성에는 내부 복도란 개념이 없었다고 한다. 방과 방이 문으로 연속적으로 이어진 구조였기 때문에, 예를 들어 주인의 방에 가기 위해서는 손님의 방에 들어가서 다음 문으로 나가야 되는 식의 구조였다.
반대로 외부 복도는 많이 있어서, 중앙 거주탑에서 주위의 다른 건물이나 구조물로 갈 때는 지붕이 달린 복도들이 있었다. 이런 복도를 회랑이나 갤러리라고 불렀는데, 휴식을 취하거나 담화를 나누는 사교의 공간이기도 했다. 13세기부터는 영주들이 이 공간을 적극적으로 꾸몄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Karl%C5%A1tejn
Aerial view by melechovsky, CC BY 3.0
칼슈타인 성.
주방은 연회를 위해서 보통 홀의 근처에 있었다. 초기에는 별채로서 탑의 밖에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안으로 들어왔다. 하인들이 다니는 통로가 따로 있었고, 홀과 준비실과 주방이 서로 연결된 경우가 많았다. 우물은 탑의 1층에 저장고와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 하인들은 어디서 생활하고 잤을까? 안타깝게도 하인을 위한 전용 공간은 널리 퍼진 흔한 게 아니었다. 없었다고 보는 게 맞다. 하인들은 지하나 지붕밑, 다락방 같은 공간에서 적당히 잤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시간이 흐르면서 홀의 기능이 점점 축소되어 가면서, 일부 홀이 하인을 위한 홀로 기능이 바뀌기도 했다. 물론 이건 10세기 전후 성이 시작된 이후로 수백 년에 걸친 변화의 결과였다.
이미지 출처 : https://fr.wikipedia.org/wiki/Ch%C3%A2teau_de_Douvres
aerial panorama dover castle 2017 by Chensiyuan, CC BY-SA 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