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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카콜라 Zero Legendary |
슈퍼에서 우연히 새로운 코카콜라를 봤습니다. 처음엔 제로제로가 드디어 한국에 나왔나 하고서 설렜지만 그건 아니었고요. 그래도 뭔가 황금빛에 레전드 한정판이라고 써 있는 자신감을 비추길래 이건 사야한단 마음가짐으로 샀습니다.
그렇게 큰 기대를 한 황금빛 콜라 제로는 정말 참 미묘한 맛이더군요. 일단 제 입맛에 맛있진 않았습니다. 묘한 향이 있는데 좋진 않고요. 그리고 뒷맛이 텁텁합니다. 텁텁한 콜라라니...
뭐 이런 걸 레전드라고 내놓았지 하고서 찾아보니, 리그 오브 레전드 콜라보 제품이더군요. 하아... 이거 참. 이쯤 되면 코카콜라의 콜라보 제품은 믿고 걸러도 되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코카콜라는 진짜 본사에서 유교를 도입해서 매일 조상님께 감사의 제사를 드려야 합니다. 그동안의 콜라보들을 보면 '맛있다'는 게 뭔지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조상님께서 코카콜라를 물려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뭐해 먹고 살지 궁금한 수준이랄까요. 본사엔 정말 매일 제단을 차리고 하루에 24번 정도는 감사의 절을 드려야 할 판입니다.
아무튼 실망감이 컸던 레전더리 코크였습니다. 추천하지 않고요. 제로제로나 빨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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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애 첫 회중시계 |
저는 손목시계를 안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안 좋아했는데, 원래가 몸에 뭘 다는 걸 안 좋아해서 답답한 데에다가, 땀 차는 느낌 같은 게 불쾌한 편이었어요. 옛날엔 휴대폰이란 게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고 다녔지만, 최대한 차고 다니지 않았습니다. 휴대폰이 등장한 이후로는 거의 안 찼고요.
손목시계에 대한 거부감이 극도에 달한 건 군대에서입니다. 다른 곳은 모르겠고 저희 부대는 24시간 365일 내내 손목시계를 차고 있는 게 의무였어서요. 잘 때도 말이죠. 환경과 더불어서 싫은 걸 계속 차고 있어야 하니 손목시계 스트레스가 극한에 달하게 되었죠. 전역증을 받고 제일 먼저 한 게 시계를 벗어서 쓰레기 통에 던진 겁니다. 다시는 시계를 차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그런 와중에 웃긴 건 어렸을 때부터 회중시계에 대한 로망은 있었습니다. 여러 매체에 의해 쌓였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80일 간의 세계 일주입니다. 셜록 홈즈도 있고요. 근대 유럽을 보여주는 매체에서 회중시계에 대한 무의식적인 끌림이 점점 쌓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어른이 되고... 어느날 문득 회중시계가 갖고 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찾아보니, 마땅히 살만한 게 없더군요. 제 머릿속의 회중시계의 이미지는 위의 똑딱이 버튼을 눌러서 뚜껑이 아래로 열리는, 금색 혹은 은색의 시계입니다. 그런데 뭐랄까, 당연하다면 당연하다는 건데 해외의 유명 시계 메이커들조차 회중시계는 이제 거의 안 만들더라구요.
그나마 만드는 종류의 회중시계는 대부분 뚜껑이 없는 종류의 시계이고, 뚜껑이 있어도 옆으로 열리는 시계였습니다. 제가 원하던 투박한 근대 빈티지 같은 느낌의 시계는 아예 고가로 올라가면 있긴 하던데, 롤렉스 뺨을 때리는 수준의 가격들이라서 말이죠. 제가 시계 자체에 그 정도의 가치를 두진 않는단 게 문제였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래서 살면서 회중시계를 3개 사기로 정했습니다. 하나는 일단 회중시계를 적당히 하나 갖자는 거고, 두 번째는 뚜껑은 없지만 타협한 수준의 중가 정도 시계 브랜드 걸 하나 사자는 거고요. 마지막 하나는 살다가 꿈에 그리는 이상적인 회중시계를 만나면 마지막으로 하나를 사자는 거였습니다. 물론 롤렉스 이상 가격을 낼 생각은 없고요.
아무튼 그렇게 해서 최근에 '일단 하나 갖자'를 질렀습니다. 검색하면 쉽게 나오는 너무 장난감 같은 게 아니면서, 그냥저냥 무난해 보이는 시계 말이죠.
제가 예전에 사인참사검 미니어처를 샀던, 한성미술에서 만든 혼천의 시계입니다. 색이 검은색이긴 하지만 위 아래로 열리는 뚜껑에, 요즘 같지 않은 옛날 감성 디자인과 시계판... 그동안 검색해 본 결과 이 정도면 일단 하나 갖자 정도는 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언제까지나 미루다 보면 나이가 몇이나 되어야 사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요.
뭐랄까. 기대한 정도의 퀄리티라서 그럭저럭 만족합니다. 뭔가 매우 마음에 드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그렇게 마음에 안 들지도 않는... 한성미술 분들께는 죄송합니다만 취향 문제입니다. 단지 10년 이상 찾다가 산 시계란 점에선 오히려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쩝.
아. 그런데 좀 실망인 점은 먼지가 너무 많더군요. 위의 사진은 제가 먼지를 다 지운 것이고요. 실제로는 먼지가 매우 많습니다. 뚜껑 안 쪽도 그렇고, 검은색이란 걸 감안해도 말이죠. 이런 점은 시계나 주얼리 전문 메이커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일 같습니다.
여하간에 기념비적인 첫 회중시계를 샀습니다. 이젠 계속 찾다가 결국 세 번째를 찾지 못하고 죽게 되더라도, 회중시계 하나는 보유한 삶을 살았다는 안도감(?)이 생겼습니다. 그런 점에선 매우 만족스럽네요.
애초에 들고 다니려고 산 게 아니긴 합니다만, 검은색 바디와 줄을 보니 왠지 들고 다니면 칠이 벗겨질 것 같기도 해서요. 웬만하면 들고 다니진 않을 것 같습니다. 조끼 있는 양복이 아니면 회중시계는 로망이 아니기도 하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회중시계는 4개를 살지도 모릅니다. (2)와 (3) 사이에, 적당한 중가의 시계 전문 브랜드의, 뚜껑이 옆으로 열리는 것도 하나쯤은 살지도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카메라가 휴대폰 카메라 밖에 남지 않은 게 좀 아쉽군요. 물건 찍는 용도로 하나쯤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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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에 대한 잡담 |
날짜를 보니 어느새 토요일이군요. 시간이 참 빠르네요.
아까 걸어가다가 고양이를 봤는데 근처의 다른 사람들이 난 개보다 고양이가 좋다고 수군거리는 걸 들으면서 지나쳤습니다. 참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나 싶었죠.
종종 지인들과 하던 이야기입니다만, 우리나라는 사실 한 20년 전까지만 해도 고양이를 전 국민적으로 매우 싫어하던 나라였습니다. 30년 쯤 전으로 가면 전 국민이 증오하고 기피하던 대상이었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는 고양이를 주술적인 의미의 꺼림직한 존재로 봤고, 적어도 제가 어릴 때 고양이에 대한 호의를 표시한 사람은 기억 나지 않습니다. 무서워하기까지 했죠.
보물섬 등의 과거의 소년 만화 잡지를 보면 납량 특집 만화가 종종 실렸습니다만, 여름 공포 만화 소재로 항상 등장하던 것 중 하나가 고양이의 저주였죠. 전 그 중 하나가 너무 무서워서 어린 마음에 그 만화만 가위로 잘라내서 호치킵스로 전방위를 철하고서, 봉지에 넣어서 봉인 의식을 치른 후에 버렸습니다. 정말로요. 아마 방송 쪽 분위기도 비슷했을 겁니다.
특히 부모님 세대를 보면 고양이는 항상 재수 없는 불길한 존재였으며, 그 울음소리는 아기의 울음을 흉내 내는 요사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이런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 건 사실 저희 세대 정도부터입니다. 제 새대는 누구보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에 둘러싸여서 자랐던 세대죠. 그 세대의 만화는 주옥 같은 것들이 많았고요.
일본 문화는 예전부터 고양이에게 호의적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일본 역시 비교적 최근(수십 년 사이)에 고양이의 지위가 급상승하면서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의 아이콘이 되었다고는 합니다만, 마네키네코 같은 상징물을 보면 과거에도 한국처럼 저주의 대상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런 일본 만화를 보고서 자란 저희 세대는 고양이를 그리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전후로 일본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계속 쌓이더니, 대략 2000년대 초중반부터 후반에 걸쳐서 미디어 등을 통해서 극적으로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이란 용어가 생겨나고 그들을 '아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난 것 역시 일조했을 겁니다.
대략 2010년 즈음이 되면 고양이는 한국에서도 귀여움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더더욱 흥미로운 것은, 원래 고양이를 싫어하던 사람들조차도 마음을 열었다는 겁니다. 이런 걸 보면 참 저희가 갖고 있는 이미지나 인식, 사상이 사실 저희 스스로 만들고 소유하고 있는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어서 착잡하죠.
아무튼 이런 것들을 보면 참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나 싶습니다. 고작 몇십 년 만에도 완전히 다르게 바뀌는구나 싶고요. 사실 뭐 저 어렸을 때는 휴대폰이 없어서 유선 전화로 약속 잡고 하염없이 약속 장소에서 서서 기다리던 시대였으니까요. 세상 많이 변했죠.
비슷한 걸로 여우가 있습니다. 특히 구미호요. 여우 역시 전설의 고향에나 나오는 간 빼먹는 귀신이라는 인상이었습니다만, 1994년에 '구미호'라는 영화가 나왔습니다. 이 영화에서 구미호가 인간을 사랑하게 그려졌죠. 이건 마치 소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와 '브람스토커의 드라큐라(1993)'란 영화를 통해서 로맨틱한 뱀파이어가 만들어진 것과 비슷합니다. 흡혈귀 역시 과거 영화를 보면 그냥 악마 같은 괴물 이상의 무엇도 아니었거든요.
※ 제가 어렸을 때 기억에 '브람스토커의 드라큐라'의 제목을 다른 걸로 잘못 적었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문화컨텐츠에 대한 관심도 영향을 끼쳤을 것 같습니다. 저는 만화에 둘러싸여서 자란 시대였는데, 당시엔 정말 '한국적인 것들'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요즘도 어렵지만 불과 10년 20년 전에는 거의 찾기가 불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은 그것에 비하면 천국처럼 풍부해진 거죠.
만화,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의 소재로 쓰기 위한 한국적인 요소의 발굴 역시 여우나 구미호의 이미지 개선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을 것 같습니다.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그냥 문득 옛날엔 그랬단 얘기를 인터넷에 한 번쯤 남겨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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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 1.45
by Aier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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