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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상자


  list  admin  
흐음...
 

다음에 쓸 글을 꽤 고민했습니다만. 최근에 너무 술 얘기만 하는 것 같아서요. 뭔가 홈페이지의 성격이랑 안 맞는 것 같달까요. 사실 제가 술 연재를 계속 쓰는 건 글을 쓸 수 있는 상태일 때 술에 대한 이야기를 일정 이상 풀어놓고 싶다는 게 있긴 합니다만 흠...

아무튼 그러는 중입니다. 술 연재만 계속 쓸 생각은 없군요.


2021-07-25 14:52:56 | [Comment(0)]




🥂 연재 - 술 이야기 08-3 ▶ 추천하는 막걸리 (3부)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건, 필자는 현재 술을 마시지 못한다. 전통주 업계는 아직 불안정한 편이라 계속 새로운 술이 생기고 사라진다. 같은 제품도 시간이 지나면 맛이 변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추천하는 리스트는 약 3~5년 전을 기준한다는 걸 참고하시면 좋겠다. 현 시점에서 필자가 맛을 재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

두 번째로, 맛이란 건 주관적인 취향이다. 누구에게 맛있는 음식이 누구에겐 맛이 없을 수도 있다. 술 같은 기호품으로 넘어오면 그 차이가 더욱 심해진다. 필자는 무겁고 농밀한 맛을 좋아한다. 단맛이 없는 술보다는 단맛이 있는 술이 좋다. 맥주의 경우 라거는 안 좋아하고 빅비어는 좋아한다. 이런 취향임을 참고하시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아래의 술들은 대가성 광고가 아니다. 그냥 옛 경험을 떠올리며 작성한 목록이다. 항상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죽을 때까지 한 번도 진짜 한국술을 마셔 보지 못한다'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 발언에 대한 책임이랄까. 홈페이지의 방문객분들께 언젠가는 추천주 목록을 남기고 싶었는데 그 첫 번째라 할 수 있겠다.

글을 쓸 때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한 번도 한국 술을 마셔 보지 못한다' 같은 자극적인 문구를 쓰는 건 사실 굉장한 고민을 하고 쓰는 표현이다. 그럼에도 간혹 쓰는 건 한국에는 정말 너무 맛있고 좋은 술이 많은데 그게 거의 알려지 있지 않은 게 안타까워서 그렇다. 대단히 공격적인 문구이지만 한국의 술을 사랑해서 선택한 문구임을 알아주시면 좋겠다. 힘든 역사와 근대화를 겪는 과정에서 사라진 전통들이 너무나 안타깝다.




🍸7. 추천하는 탁주/막걸리

(1) 가장 추천하는 탁주 : 삼양춘

삼양춘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탁주다. 맛의 밸런스가 좋으면서도 적당한 농밀함을 갖고 있다.



송도향주조 http://samyangchoon.com



술을 빚다가 중간에 재료를 두 번 추가하는, 삼양주라는 기법으로 만들어지는 술이다. 재료가 많이 드는 만큼 조선시대였다면 굉장한 고급주가 될 것이다. 완성 후 숙성 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정돈된 좋은 맛이 난다.

탁주를 딱 하나 추천한다면 언제나 삼양춘이 나온다. 맛이 튀지 않으면서도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통주는 일반적으로 단맛이 굉장히 강한 편인데, 삼양춘은 단맛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 밸런스가 좋아서 누구에게나 권할 만한 술이다.



(2) 그 외에 마셔볼 만한 탁주

그렇다고 하나만 추천하기엔 그러니 다른 마셔볼 만한 탁주도 몇 개 적어 보겠다. 아래의 술들을 첫 번째로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1) 취향을 상당히 타는 맛일 수 있고 (2) 쉽게 구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으며 (3) 가성비가 떨어지거나 (4) 동일 제품이라도 맛의 기복이 심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국의 전통주는 기본적으로 단맛이 강한 편이다. 가끔 드라이한 술이란 문구를 거는 경우가 있는데, 필자의 생각엔 '전통주 중에서 단맛이 적은 편'이란 얘기라고 본다. 단맛은 언제나 있다. 샴페인처럼 정말 드라이한 술을 기대해선 안 된다.


문희 : 꿀 같이 단맛이 진한 술이다. 굉장히 단 편인데 달아서 못 마시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직은 못 봤다. 진한 단맛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취향을 타기 때문이다. 단맛을 단점으로 여기지 않을 경우 높은 순위로 추천한다.
문경주조 : https://mgomijasul.modoo.at/

만강에 비친 달 : 농밀한 진한 맛을 잘 살린 프리미엄급 탁주이다. 이 술을 누구에게나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단호박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표준적인 탁주는 아니란 것. 그렇다고 호박맛이 강한 건 아니다. 충분히 맛있는 좋은 탁주다.
전통주조 예술 : http://www.ye-sul.com/index.html

오늘 탁주 : 단맛이 제법 진하지만 문희 정도는 아니다. 적당히 달달하면서 마실 만한 술인데, 예전 기억으론 가성비는 아쉬웠다. 단맛이 어느 정도 있는 탁주를 원할 경우 하나의 선택지라 본다. 충분히 괜찮은 술이다. 가격이 아쉽다.
전주가양주 - 우리술 오늘 : http://woorisul.kr/

이상헌 탁주: 도수가 상당히 높은 진한 맛의 탁주이다. 이 술은 맛있을 때는 굉장히 맛있는데, 맛의 기복이 꽤 있어서 원하는 맛을 항상 느끼기는 힘들다. 위의 모든 술들이 병마다 맛의 차이가 있지만, 필자의 경험상 이상헌 탁주는 꽤 심한 편인 것 같다. 맛있을 때는 이 정도 술은 정말 거의 없다 싶을 정도로 맛있다. 맛이 없을 때는... 아는 사람은 반 잔 마시고 도망갔다.
다팜 - 이상헌 탁주 : https://www.dafarm.net/goods/view?no=857

송명섭 막걸리 : 매니아 사이에선 상당히 유명한 탁주이다. 단맛이 정말 거의 없이 드라이하다. 탁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맛이 섬세하다 보니, 강한 맛이나 특징이 없이 밋밋하게 느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섬세한 맛이다 보니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겐) 계절별로 맛의 차이가 뚜렷하다.

송명섭 막걸리는 다른 것들처럼 평균도수 12도의 프리미엄 탁주를 지향한다기보다는, 아래의 도수 6도의 저도수 막걸리이다. 다시 말하면 저도수 막걸리 중에서의 프리미엄급. 죽력고로 유명한 송명섭 명인이 만들었다.



(3) 추천하는 저도수 막걸리

이쪽은 말하자면 '일반 막걸리'라고 할 수 있다. 평균 5~6도에 마트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 프리미엄급보다 당연히 농밀함이나 풍부한 맛은 떨어지지만, 그 대신 낮은 도수와 가격 경쟁력이 장점이다. 취향 문제로 이쪽은 즐겨 마시지는 않는다.

백련 막걸리 : 일반 막걸리 중 가장 무난한 걸 하나 꼽자면 백련 막걸리가 떠오른다. 굉장히 깔끔하고 가볍고 밸런스가 좋다. 스노우가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장수막걸리 같은 보통의 달달한 막걸리를 생각하면 이쪽은 싫어할 수도 있다.

가평잣막걸리 : 일반 막걸리 중 가장 맛있다고 기억에 남는 건 가평잣막걸리다. 여러 제품이 있는데 생막걸리가 더 맛있는 편이다. 풍부한 잣의 향을 음미하기에 좋은 술이다.

느린마을 막걸리 : 일반 막걸리 중 몇 안 되는 첨가물 없는 쌀 막걸리이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향기를 잘 살린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살짝 달면서 향기로운 술이다. 이 술의 장점은 일반 막걸리 중 몇 안 되는 감미료 무첨가 술이란 것이다. 아쉬운 점은 전통 탁주 방식이 아닌 일본식 백국균 발효가 되었다는 것이고. 하지만 필자도 술 마실 때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일반 막걸리 중 가장 즐겨 마셨다.



(4) 이화주(梨花酒)

이화주는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알코올이 들어 있는 디저트'에 가깝다. 술이라고 하긴 힘들다. 굉장히 걸쭉해서 숟가락으로 떠먹는데, 요플레 같은 요거트랑 비슷하거나 더 걸쭉하다. 말 그대로 '떠먹는 술'이다.



술샘의 이화주. 추천하는 술 중 하나이다.

이미지 출처 : 술샘몰 http://sulseam.co.kr/


만들 때 물을 쓰지 않는 특이한 제조법을 사용하는데, 재료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굉장한 고급술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여성들이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고 해서, 술을 떠먹는 방식으로 고안했다는 말도 들어본 것 같다. 실질적으로는 사대부 집안의 남녀노소 모두 먹었다고 한다.

확실한 단맛과 잘 받쳐주는 신맛, 적당한 알코올향과 향기로운 발효향, 요거트 같은 걸쭉함이 굉장히 매력적인 술이다. 술로써 마시기는 힘들지만 간식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자주 먹는 술이기도 하다.

몇 년 전 기준으로는 국순당의 이화주가 가장 구하기가 쉬웠다.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는 제품은 술샘과 예술에서 만든 이화주였다. 국순당 것도 무난하다.




🍸8. 전통주를 고르는 개인적인 기준

마셔 보지 않은 전통주를 고를 때,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보는 부분이 있다. 병 뒤쪽의 성분표이다.

필자의 생각으론, 술의 맛을 조정하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존재한다고 본다. 하나는 술을 만드는 기술을 다듬는 거다. 재료의 밑준비 방법, 발효 시간과 온도의 조정, 재료의 분량을 조정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똑같은 요리라도 기술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술도 기술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 이것이 정도(正道)라고 생각한다.



정식으로 만든 술은 재료에 쌀, 물, 누룩 이외의 것이 들어가지 않는다.
(화질이 별로인 사진 밖에 없어서 죄송합니다)


다른 하나는 일단 술을 만든 후, 조미료를 넣어서 맛을 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단맛을 추가하고 싶으면 설탕 등의 감미료를 넣고, 신맛을 넣고 싶으면 구연산 등을 넣고 하는 식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술은 피하는 편이다. 5~6도의 일반 막걸리는 거의 다 이쪽이다.

감미료를 넣고 맛을 조정하는 게 꼭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식으로 만든 술의 맛은 썩 유쾌하지 않다. 입에 넣는 순간은 강한 맛에 끌릴 수도 있지만, 혀과 코로 진득하게 음미하려고 하면 너무 자극적이고 끈적거린다. 정말 맛있는 술은 이렇게 해서는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취향이다. 그래서 뒷면 레이블에 첨가물이 있는 경우 사지 않거나 마시기 전의 기대치를 낮춘다. 이 기준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아직 배신당한 적이 없다.



거의 모든 일반 막걸리는 첨가물로 맛이 조정된다.
가끔 프리미엄급도 이럴 때가 있는데,
개인적으론 너무 자극적인 맛이라 안 좋아한다.

눈치채셨을지 모르겠는데 입국, 종국 등 2부에 이야기한 것들도 나온다.


참고로 두 번째 방식은 나쁘게도 사용된다. 술 자체의 완성도를 일부러 높이지 않고, 나중에 조미료로 완성도가 높은 척 하는 것이다. 이유는 돈 때문이다. 맛을 높이기 보다는 공장에서 더 빠르게, 더 많이 만드는 게 생산 단가가 싸진다. 맛은 나중에 조정만 하면 된다는 논리다. 미원의 장단점과 비슷하다.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의 경우 싫어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고 나의 기준이다. 좋은 술 나쁜 술 얘기가 아니란 걸 다시 한 번 이야기해 두겠다.




🍸9. 마치며...

긴 막걸리 3부작이 끝났다. 이렇게 길고 매니악한 연재를 쓰고 싶진 않았는데... 다시 쓸 기회가 없을 것 같다보니-_-. 이번 3부의 경우는 앞의 매니악함을 상쇄하기 위한 부록이었다. 부록 역할을 잘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탁주는 참 매력적인 술이다. 우유같은 부드러움과 농밀함. 곡식의 고소한 맛과 단맛. 향기로운 발효향. 너무 높지 않아 누구나 마실 수 있는 알코올 함량. 탁주와 약주는 거르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지만, 곱게 퍼져 있는 곡식의 입자가 만드는 눅진한 느낌은 약주가 갖지 못하는 매력이다. 나는 탁주가 약주보다 좋다.

필자는 술을 맛으로 먹는 사람이고, 취하는 걸 싫어한다. 맛있지 않다면 마실 이유가 없다. 첫 입에 자극적인 맛보다는 감미롭고 은은한 향이 좋다. 술의 핵심은 향이다. 그런 논리에서 나온 추천주(推薦酒)였다고 보시면 좋겠다. 그냥 한 번쯤은 사람들이 진짜 전통술을 마셔 보면 좋겠다. 마음에 안 들어도 경험이 되니 좋고, 마음에 들면 더 좋은 게 아니겠나.

팁을 하나 드리자면, 한국의 탁주나 약주는 차게 해서 마시는 게 적정 온도다. 냉장고에서 빼서 바로 마시면 된다. 조선시대부터 이미 술은 겨울처럼 차게 마셔야 한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술의 맛은 기본적으로 가격을 따라간다. 전통주는 외국의 술에 비해 비교적 비싼 편이지만, 적어도 탁주는 적정 가격을 어느 정도 이루었다고 본다. 다만 간혹 실험적으로 만들어졌거나, 특히 특이한 증류주가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나온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 맛을 봐도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니 참고하시면 좋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통주는 발품을 팔아서 구해야 하는 굉장히 구하기 힘든 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찾아보니 위의 (저도수를 제외한) 모든 술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정말 전통주 마시기 좋은 시대가 된 것 같다. 이렇게 계속 발전해 나가면 좋겠다.


2021-07-18 02:36:27 | [Comment(0)]




🥂 연재 - 술 이야기 08-2 ▶ 막걸리에 대해 알아 보자 (2부)
 

1부에서 탁주에 대해 비교적 상식적인 면을 다뤘다면 2부에선 약간 매니악한 부분을 다루고 싶다. 다음 편인 3부에서는 추천 탁주 리스트를 올릴 예정이다. 리스트가 그리 많지 않으니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1부에서 전에 쓰려다가 깜빡한 내용이 있어서 약간 내용을 추가했다. 도수 부분의 제일 마지막 문단인 희석에 관련된 내용이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참고하시면 좋겠다.




🍸4. 막걸리의 탄산

술에 대해서 조금 들여다 보면 발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탄산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된다. 발효의 부산물인 이산화탄소가 술에 일부 녹아 들어가기 때문이다. 술의 좋은 면을 강조해서 홍보하려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탄산을 마케팅 요소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가 마시는 막걸리의 탄산은 어디서 온 걸까? 자연스럽게 생긴걸까?



대표적인 탄산음료인 콜라.
술도 음료와 마찬가지로 탄산을 주입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옛날부터 흔히 볼 수 있는 탄산이 강한 막걸리는 대부분 탄산을 인공적으로 주입한 음료였다. 콜라처럼 말이다. 이건 맥주도 그런데, 우리가 가장 흔하게 마시는 캔맥주는 대부분 따로 탄산을 주입한 거다. 발효 때 탄산이 생성되는 건 맞지만, 그때 생성되는 건 탄산음료라고 생각될 정도는 아니다. 특히 도수가 낮은 술은 발효 시간이 짧았거나 물에 희석한 술인 만큼 탄산이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든 술의 탄산이 발효 후 주입된 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건 샴페인인데, 샴페인 공법은 술이 너무 많이 발효되어 폭발한 걸 우연히 발견하고서 기술로 정립한 예이다. 맥주의 경우도 탄산을 어떻게 해야 만들 수 있는지 과학적으로 연구가 많이 되어 있다. 효모가 살아 있는 상태로 술을 병에 담고, 설탕 등을 정확히 계량해서 넣은 후 밀봉한다. 그러면 병 안에서 추가 발효가 이루어져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밀봉되어 압력이 높기 때문에 술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모든 맥주에 적용되는 건 아니고, 대부분의 대중 맥주는 병입 전에 인공적으로 탄산을 주입한다.



탄산을 주입한 술이라고 딱히 나쁜 건 아니다.
평소에 마시는 맥주가 인공 탄산이라고 무슨 죄가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지향하는 맛의 차이, 공법의 차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미지 출처 : 서울탁주
http://www.koreawine.co.kr/2011/index.php


위의 경우는 '탄산이 매우 많이 느껴지는' 술에 대한 이야기였다. 거의 모든 술이 잘 안 보이지만, 가끔 거품이 올라오거나 살짝 탄산감이 느껴지는 수준의 탄산은 함유하고 있다. 발효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소량 녹아들기 때문이다. 막걸리에서도 이런 수준의 탄산은 자연적으로 느낄 수 있다.

경향적으로 보면 생주(生酒)는 탄산을 주입하지 않는 편이고, 살균주(殺菌酒)의 경우는 탄산을 따로 주입하는 편이다. 탄산은 병입 밀봉된 상태에서 높은 압력으로 술에 녹아들기 좋은데, 생주가 아닌 경우 병 안에서는 추가 발효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막걸리의 경우 냉장 보관을 요구하지 않는데 탄산이 강하다면 인공적으로 탄산을 주입했다고 봐도 좋다.




🍸5. 막걸리의 맛 : 누룩과 일본식 제조 공정 논란

한국은 일제강점기로 인해 일본에 민감하다. 그래서 나오는 논란이 '거의 모든 막걸리는 일본식으로 만들어지며 원래의 술맛과 다르다'는 것이다. 일단 이 주장은 상당 부분 사실이다.

일본식 양조법이란 게 뭘까? 일본은 동양에서 가장 먼저 서양 학문을 도입했고, 생물학 분야에서도 정말 눈부신 발전을 거두어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예를 들어 인간이 느끼는 5가지 기본적인 맛 중 감칠맛을 공식용어로 우마미(umami, 旨み)라고 부르는데, 일본인이 최초로 발견하고 명명한 맛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일본의 생물학자들은 술에 대한 연구도 굉장히 활발하게 했는데, 결론적으로 동양의 여러 종류의 누룩을 발견하고 그것의 분류체계를 세운 후, 정제배양한 누룩을 통해 새로운 양조법을 개발한 게 일본주에서 나왔다. 이 방식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에도 도입이 되었고, 현재에도 한국의 거의 모든 술은 그게 막걸리이든 다른 술이든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캐스트 - 누룩술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3049&cid=58839&categoryId=58847
* 문제가 될 경우 삭제합니다.

좌측이 일본식 누룩인 코지(麹, こうじ), 우측이 한국의 누룩이다.
코지는 누룩(麴)이란 한자를 일본어로 읽은 것으로, 다른 말로 입국이라고도 부른다.
성분표에 종국, 입국, 코지 같은 말이 있으면 일본식 제조법이라고 보면 된다.

코지는 쌀을 찐 후 정제한 백국균 종국(種麯)을 뿌려서 만들고,
한국 누룩은 밀 등의 재료를 떡처럼 만든 후 방치해서 여러 균을 배양한다.
전부터 말했지만 효모와 누룩의 종류가 술의 맛을 결정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1) 일본식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막걸리나 한국 술은 본래의 조선시대 술과 맛이 완전히 다르다.

사실이다. 왜냐하면 조선의 술은 누룩을 넣어서 만드는데, 이 누룩에는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누룩곰팡이가 존재하고, 그 누룩곰팡이들이 만들어내는 술맛은 전부 다르다. 한 마디로 전통식 누룩을 넣어서 만든 술은 그 안에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한 맛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조선식 전통누룩의 주된 누룩균은 황국균이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균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주와 현대 한국 막걸리 공장에서 사용하는 누룩균은 백국균이다. 균의 종류가 다르니 맛도 다르다.

다시 말해, 조선시대의 막걸리는 현대 한국의 막걸리보다 훨씬 복잡한 맛이 났으며, 주된 맛과 향도 다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게 공장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막걸리에 대한 비난이다. 하지만 일본식 제조법을 사용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일본주 특유의 깔끔하고 깨끗한 맛은 백국균 단일균으로 형성된 일본식 누룩에서 오는 맛이다.
장점도 있지만 복잡한 맛은 없기 때문에 현재 일본에서도 전통 방식의 누룩을 쓰는 양조장도 있다.
일본도 근대화 이전에는 배양균(종국)을 쓰지 않았다.




(2) 일본식 제조법으로 만들어야 공장 생산이 가능하다.

전통누룩은 자연적으로 공기 중의 누룩이 들러붙게 해서 만든다. 만들 때마다 종류나 비율이 조금씩 달라지며, 결론적으로는 일정한 맛과 품질을 가진 제품을 생산하기 힘들다. 알코올을 생산하는 효율도 누룩의 양대비 좋지 않아 많은 양을 넣어야 하고, 술에서 누룩 맛이 많이 난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은 규격화된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전통 방식의 막걸리는 일관성을 지킬 수가 없다.


두 번째는 백국균을 이용해서 일본이 만든 양조법은 맛이 검증되어 있다. 알코올 생산도 쉬워서 생산단가도 낮아진다. 그에 비해서 조선시대 전통 방식의 누룩이나 술은 공장화시키기 위한 연구가 거의 되지 않아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돈을 쏟아부으며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미 쉬운 방식이 있는데 이걸 누가 하겠는가. 실제로 과거에 국민막걸리K라는 황국균을 이용한 실험적 제품을 마셔본 적이 있는데 다시 내 돈 주고 마시고 싶진 않았다. 여기서 다시 논란이 일어난다. "어쩔 수 없다 VS 우리 술을 제대로 살려야 한다". 결론은? 논쟁은 쉽지만 돈을 투자하는 건 어렵다.



예전에 신기해서 마셔 본 국민막걸리K.
발상은 좋았다. 발상까지는...



아무튼 이런 게 현실이고 그냥 공장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는 저런 사연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진짜 맛을 맛보길 원하면 개인 양조장에서 더 제대로 만든 술을 마시면 되는 것이고. 사실 낮은 도수의 백국균 막걸리도 이 정도 세월과 역사를 가졌으면 우리 술에 편입됐다고 보는 게 맞기도 하다.




🍸6. 탁주는 한국만의 술일까?

막걸리는 확실히 한국을 대표하는 술이다. 나도 한국 술 중에선 탁주를 가장 좋아한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탁주는 12도 정도 되는 것들이지만... 하지만 이런 술이 한국에만 존재할까? 아니다.

막걸리, 즉 탁주는 쌀로 만든 술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다. 일본의 청주도 거르기 전엔 막걸리의 형태이며, 소주(燒酒)나 중국의 바이주(白酒)도 증류하기 전엔 막걸리와 유사하다. 간혹 탁주 종류가 한국 기원의 술이라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오만이다. 중국에도 미주(米酒), 추주(稠酒)와 같은 탁주류의 술들이 많이 있고, 일본에도 도부로쿠(濁酒), 혹은 니고리자케(濁り酒)라고 불리는 탁주류의 술들을 옛날부터 빚어왔다.



좌측은 중국의 추주, 우측은 일본의 도부로쿠.

생각해 보면 일본의 감주(甘酒, 아마자케)도
도부로쿠의 일종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meijiu.com/
https://www.tenryou.co.jp/product/28
(제가 중국 사이트의 안전을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한국 전통주 업계에는 일본의 고사기(古事記)를 근거자료로 들면서 일본주의 원류가 한반도에서 전수된 것이란 주장이 퍼져 있는데, 그들이 주장하는 고사기의 원문은 진짜 고사기의 원문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번 글에서 다루지 않겠지만 나중에 고사기 원문을 직접 보여주면서 다른 글을 한번 쓰도록 하겠다. 주장하기 전에 근거자료 정도는 한번쯤 확인해 보면 좋겠다.



고사기의 일본어 원문은 검색으로도 쉽게 나오고, 한국인이 번역한 번역본도 이미 출간되어 있다.

앞서 인용한 사람의 인용 근거가 의심스러울 경우 원전을 확인해 보는 건 중요한 일이다.
특히 그걸 책으로 출판하거나, 공개적으로 외치고 싶을 때는 말이다.
사실 이런 것이 책이 논문에 비해서 신뢰도가 매우 떨어진다고 하는 좋은 예이다.


아무튼 탁주는 쌀로 술을 빚는 문화권에는 널리 퍼져 있는 술이다. 그렇다고 막걸리가 한국만의 정체성이 없는가 하면 그런 건 아니다. 전에도 말했듯 재료가 같다고 맛이 같은 건 아니다. 한국의 탁주는 한국술만이 갖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솔직히 나는 탁주가 한국의 술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이미 갖고 있는 주종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을 봐도 이미 도부로쿠가 있음에도 막걸리가 잘 팔리고 있지 않는가. 일본인도 막걸리가 도부로쿠와 같은 술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3부에서 계속...)




2021-07-11 08:45:22 | [Commen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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