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상자

reply by 아이어스 in 정상인

답글이 늦어져서 미안하다; 홈페이지에 들어오기가 며칠간 힘든 상황이는데, 설마 자리를 비운 초기에 바로 이렇게 글이 올라왔을 줄이야-ㅅ-;;

에버17이 정말 잘 만든 게임이었고, 그런 방식을 정립한 게임 중 거의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게임이었지. 추천해줄 때는 비쥬얼 노벨 계열이라 진짜로 할 사람이 있을지 좀 의심스럽기도 했는데 이렇게 재밌다고 하니 기분이 좋구만.

게임이란 게 장르쪽의 취향이 일단 맞아야하는 부분이라서 추천을 한다고 꼭 그게 재밌으란 법은 없는데... 개인적으로 일본 게임은 PS2 시절이 절정이 아니었나 생각하거든. 내용면에서는 PS1 때도 괜찮았는데 하드웨어 성능이 아직 너무 떨어졌고... 그 중 PS2 최고의 게임으로 꼽았던 것들이 몇 개 있긴 했지.

혹시 ANUBIS ~Zone of the Enders란 게임을 안 해봤다면 해보길 권한다. 장르는 로봇이 나오는 액션 계열의 게임인데, 메탈 기어 솔리드를 만든 코지마 히데오씨가 다음 단계로 껍질을 하나 깨는 과정에서 나온 명작이 아닐까 싶다. 코지마씨는 늘 영화같은 연출을 게임에서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정수가 개화하는 작품이었지.

그리구 이 사람의 메인 작품인 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도, 솔직히 2까지는 연출이나 게임적인 부분에서 본인도 아직 제대로 개념이 안 서있다고 보였는데, 3편부터는 정말 명작의 반열에 들 수 있는 훌륭한 게임이었어. 3편은 연출, 그래픽, 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데 그 중 스토리가 발군이었지. 4편에서 마무리를 짓는데 시리즈를 안 해본 사람에겐 애매하지만 시리즈를 해 온 사람에겐 이 또한 훌륭한 명작이었다. 시리즈를 제대로 하려면 2편부터 해야하는데 혹 아직 안 해봤다면 추천한다.

JRPG 중에서는 내가 테일즈 시리즈의 팬이었어서일 수도 있지만, Tales of the Abyss가 거의 최고의 작품으로 기억에 남네. 특유의 전투 시스템이 3D화 되면서도 제대로 재밌어졌고, 무엇보다 캐릭터를 참 잘 만들었고 스토리에 공을 많이 들인 게임이다. 일본식 성장 RPG에서 이만한 게임도 드물었는데, 단점은 당시의 풀3D RPG 그래픽을 지금와서 보면 좀 그렇다는 것.

1인칭(혹은 3인칭 배후 시점) 비행 슈팅에 관심이 있거나 해볼 의향이 있다면, 에이스 컴뱃5도 정말 훌륭한 게임이었어. 에이스 컴뱃은 2편에서 이미 대부분의 시스템이 완성이 됐고 그 이후는 그래픽 말고는 큰 변화가 없는 편이었는데, 5편은 플레이어와 양방향 통신을 시도하면서 몰입감을 효과적으로 높였던 게임이지. NPC가 종종 플레이어에게 질문을 하면서 어떤 답변을 요구하는데, 게임의 흐름 자체가 그걸로 바뀌지는 않아도 내가 그들과 '교신을 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제대로 들 수 있는 거의 최초의 일본 게임이란 느낌이었달까? 전투 시스템이야 애초에 입증된 작품이니 말할 것도 없고.

그 외에는 뭐 아머드코어 시리즈도 본인이 로봇 조립을 한다면 PS2용 3편이나 XBOX360용 4Answer를 추천하고 싶고... 3편은 정통 시리즈 중 완성도가 가장 높았고 4Answer는 시리즈 팬이 아니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애들이 슈퍼 로봇처럼 화려해졌지.

천주3도 개인적으로 정말 추천하는데, '잠입 암살'을 목적으로 한 게임에선 정말 이만한 작품은 지금까지 없었다. 메기솔이나 다른 스파이물이 은근히 '들키지 않고 아무도 죽이지 않는 것'을 더 고난이도 플레이로 친다면, 천주3는 '들키지 않고 다 죽이는 것'을 게임의 본질로 보는 작품이었지.

뭐 비디오 게임도 얘기하자면 계속 나오긴 하는데 어떤 게임을 원하는지 모르겠구만@_@;

혹 PC게임에 한정짓는다면, 스타크래프트2 안해봤으면 해봐. 싱글모드 ㅎㅎ. 스타크래프트2의 1편인 자유의 날개가 새로운 시스템의 초석을 다졌다는 게 의의라면, 2편인 군단의 심장은 그냥 잘 만든 RTS 장르의 게임이라고만 생각했던 스타크래프트2를 싱글 플레이면에서 수작 이상의 반열에 올려뒀다고 생각된다. (그 이전 스토리도 대략은 알고) 자유의 날개-군심까지 쭉 한다는 가정 하에서 스타2 싱글도 정말 괜찮은 게임이야. 가슴이 찡하더라.

스토리 부분은 별 거 없지만 중세 정도의 집단 전투를 제대로 구현한 게임 중에 토탈워 시리즈도 있는데 정말 명작이다. 그 중 토탈워 쇼군2는 동양식 전투의 절정을 보여주는데 정말 삼국지가 제대로 만들어진다면 이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임이야. 토탈워 쇼군2는 이 장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죽기 전에 한 번쯤 해볼 가치가 있더군.

음~ 잘 쓴다고 썼다만 아마 내 생각에 별로 적절하지 않은 답변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난 거의 모든 장르의 게임을 다 해봤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정 장르의 게임만 하니까...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게임에서 원하는 특정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말해주지 않으면 뭐라고 정확하게 추천을 해주기 힘들다. 장르와 게임을 굴릴 수있는 구동 플랫폼이나, 게임 내적인 요소 중에서 어떤 부분을 주로 보고 싶은 건지... 스토리의 감동이냐 액션 부분의 재미이냐 등등...

특히나 내가 이제 게임에 그렇게 큰 관심을 쏟지 않는데다가 감성적으로 좀 매말라져서 딱히 '이 게임 꼭 해야해!'라는 그런 생각이 일어나질 않는다 이제-_-;; 게임을 제대로 한 지 시간도 오래지났고 말이지.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원하는 부분을 정확히 말해주면 좋고, 그게 아니라 뭐든 괜찮다면 우선은 위의 게임들은 정말 괜찮은 게임들이다:)

2015/10/15(Thu) 17:49:18